님,
오늘 소개해드릴 책 <메리와 메리>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먼저 말씀드릴 게요. '근대 최초의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18세기 영국 여성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젊은 시절부터 지식계의 주목을 받는 문필가로 활동했지만, 문법과 문체에 관한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당시 여성에게는 가족에 봉사하는 일 외에는 교육이란 게 허락되지 않았죠. 뒷날 메리의 남편이 되는 윌리엄 고드윈이 정치철학 책을 읽고 라틴어 동사를 변화시키는 동안 메리는 동생들을 돌보고 가정을 꾸리는 데 전념했어야 했습니다.
풍부한 학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엄밀한 글쓰기를 해온 고드윈은 결혼한 뒤 아내의 글쓰기를 도왔는데, 이런 남편과의 논쟁을 통해 메리는 자신만의 글쓰기 철학을 더욱 발전시킵니다. 메리는 남편처럼 구문의 정확성이나 전통적인 수사적 기교 등을 강조하면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데 빠져, 정작 중요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연에서 얻어낼 수 있는 독창성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고전 교육을 받은 남성보다 그렇지 않은 여성이 더 자유롭게 자연에 다가갈 수 있다며, 되레 “고드윈처럼 오로지 논리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따뜻한 감정’을 터놓으라고 촉구”했습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낸 <스웨덴에서 쓴 편지>는 당대에나 지금에나 메리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메리가 고드윈처럼 글을 썼다면 그는 단지 ‘여성에게 이성이 없다’는 오래된 편견을 부정하는 정도에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메리는 더 나아가 이성과 논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또 그것을 움직이는 감성과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고, 그의 발자취는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를 모두 아우르며 오늘날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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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울스턴크래프트란 혹시 이름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받던 18세기 영국에서 소리 높여 여성의 권리를 옹호했던 '근대 최초의 페미니스트'입니다. 메리 셸리란 이름은 모르더라도, 최초의 SF소설이라 평가받는 <프랑켄슈타인>은 아실 겁니다. 이 두 메리는 모녀지간입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당대의 급진적 개혁사상가 윌리엄 고드윈가 결혼하여 낳은 아이가 메리 셸리죠. 다만 아이를 낳고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메리 셸리는 글 등을 통해 어머니를 간접적으로 만나야 했습니다. 미국의 영문학자 샬럿 고든이 쓴 <메리와 메리>는 두 사람의 삶을 교차하며 엮어낸 독특한 전기입니다. 18~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당대의 시대상도 촘촘하게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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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메리는 계몽주의 사상에서 출발해 <인간의 권리 옹호>, <여성의 권리 옹호> 등 논변을 중심으로 한 글쓰기로 정치철학의 테두리를 확장한 사람이었고, 딸 메리는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프랑켄슈타인> 등 인간의 심연을 파고들어가는 문학작품을 주로 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유산은 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사회에서 강요하는 봉건적인 여성상과 결혼제도를 거부하고, 거침없는 사랑에 빠져 미혼모가 되는 등 세상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 '무법자'로 살았습니다. 그들이 여성에 대한 법적 보호가 아예 없던 시절, 그러니까 남편이 무고한 아내를 때리고 정신병원에 넣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던 시절을 살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혁명적인 것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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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저항한 여성들이 대부분 그렇듯, 두 메리는 생전에나 사후에나 오랫동안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페미니즘이 이론화된 70년대 들어서야 제대로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동상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진짜 저자는 메리 셸리가 아닌 남편이라는 억측은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이 쓰여지게 된 배경과 과정은 여러 사람에 의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니, 그 배경에는 단지 여성에 대한 폄하가 있을 뿐입다. 2017년 나온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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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과학과 종교는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은 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는 이야기 등이 이런 믿음을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단지 종교에 맞서 과학을 주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교황에 대한 모욕 등 복잡한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었고, 저 유명한 대사를 내뱉은 일도 없습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테오스의 선임 연구원 니컬러스 스펜서는 <마지스테리아>에서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날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까지 과학과 종교의 2000년 역사를 톺아보며 대립, 충돌이 아닌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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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는 과학과 종교의 대립과 충돌을 보여준다는 세 가지 장면이 유명하게 전해옵니다. 앞서 말한 갈릴레오 재판이 그 하나이고, 이밖에 1860년 동물학자 토머스 헉슬리와 영국 옥스퍼드교구 주교 새뮤얼 윌버포스 사이에 벌어진 '진화론 대 창조론' 논쟁, 1925년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미국 테네시주에서 진화를 가르친 과학교사 존 스코프스에 대한 재판 등이 있습니다. 지은이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이런 대립과 충돌이 과학과 종교이 서로 협력하고 교차하는 등 '얽히고설킨' 역사를 단순하고 납작하게 이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두 영역이 서로의 역사를 가진, 즉 어느 일방의 힘이 작용한 역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인공지능을 두고 펼쳐지는 담론이 그렇듯, 과학과 종교는 앞으로도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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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과학과 종교는 각자의 논리에 따라 전개되므로, 그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이 흐릅니다.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의 글을 함께 읽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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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후밀 흐라발(1914~1997)이라는 체코 작가를 아시는지요? ‘너무 시끄러운 고독’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영국 왕을 모셨지’ 같은 소설이 국내에도 번역돼 있는데, 일반 독자들보다는 작가들 사이에서 더 사랑받는 편입니다. 그만큼 개성 넘치는 문학세계를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새로 나온 <이야기꾼들>은 절판되었던 소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와 다섯 단편을 한데 모은 책입니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는 흐라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일찍이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1967)을 받기도 했습니다. 2차대전 말기 독일군 병력수송 열차를 상대로 테러를 꾸미는 두 역무원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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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국 독일군에 맞선 체코인들의 무력 항거를 다룬다니 무겁고 진지할 것이라고 짐작하기 쉬운데, 흐라발은 그런 식의 소설을 쓰지 않습니다. 엉뚱하고 바보같은 인물들, 전형성에 갇히지 않는 플롯, 유머와 페이소스가 버무려진 필치는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며 낯설고 기이한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책에 함께 실린 단편들 가운데 네 편은 이번에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 작품들인데, 여기에서 보이는 민중의 활력과 장난기는 라블레 소설에 대한 바흐친의 설명을 떠오르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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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핀카드(미국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독일 철학자 헤겔(1770~1831)의 삶과 사상을 그린 방대한 전기 <헤겔>로 국내에 알려진 학자입니다. 미국 철학계에서 헤겔 철학의 부흥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죠. 핀카드가 2017년에 펴낸 <역사는 의미가 있는가>는 헤겔의 역사철학을 새로운 눈으로 판독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핀카드는 ‘자유의 실현’이라는 헤겔의 역사관을 ‘정의의 실현’이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합니다. 핀카드는 헤겔 철학에 대한 게으른 해석이 빚어내는 오해를 바로잡는 데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헤겔이 정립-반정립-종합의 운동이라는 도식으로 역사를 해석했다는 것이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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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고대 페르시아라는 정립에 대한 반정립이 그리스였고, 그 정립과 반정립의 종합이 로마제국이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핀카드는 헤겔이 그런 식으로 역사를 서술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또 다른 오해는 역사가 결정론적 필연성에 따라 끝없이 진보하며 그 진보가 헤겔 당대에 완성에 이르렀다는 해석입니다. 핀카드는 이런 해석도 단호히 부정합니다. 미리 결정된 도식을 따르는 그런 역사는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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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젊은 작가 이소연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펴내 자원을 낭비하고 미세플라스틱을 양산하는 패스트패션의 폐해를 고발해 주목받았습니다. 이번엔 국외 작가입니다. 미국 법학 전문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유엔(UN) 산하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 맥신 베다가 화려한 패션 산업에 감춰진 심각한 환경 훼손과 노동 착취, 차별의 문제를 고발합니다. 그는 <지속 불가능한 패션 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에서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패션 산업이 어떻게 자본주의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지 설명하면서, 현재와 같은 옷의 생산, 유통, 소비 방식으로는 지구가 지속불가능하다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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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그는 패션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청바지의 일생을 추적하는데요. 농장부터 쓰레기 매립지까지 전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청바지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죽어가는지 생생한 현장을 취재해 보여줍니다. 이 담대하고 도전적인 저자는 미국, 중국, 방글라데시, 가나 등을 모두 방문하는데요.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청바지 한 벌이라도 무심코 사면 안되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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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랍니다. 마을 주변엔 숲이 울창했으나, 대리석 공장이 들어선 뒤 대리석을 캐기 위해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는 바람에 숲이 사라졌답니다. 숲이 사라지니 물도 사라졌고, 가난해진 마을은 더더욱 딸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더 먼 곳에 있는 우물까지 걸어다녀야 했습니다. 도대체 이 악순환은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그림책 <축복나무 111그루>는 마을 촌장 순다르가 제안한 방법으로 자연과 환경, 여성이 함께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 방법이란 "여자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나무 111그루를 심어 환영해주자"는 것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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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책담에서는 모임을 이끄는 진행자를 ‘책방 정원사’라 부른다. 이들은 지역 도서관이나 학교, 기관에서 토론을 진행하거나 관련 강의를 하는 전문 강사다. 토론 도서의 선정부터 진행이 짜임새를 갖추도록, 모든 참여자가 골고루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다. 책방 정원사는 소원책담의 큰 자랑거리이자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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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승무 속 버선코를 나붓나붓 앉힌 듯한
처마 끝 물고 도는 바람의 입술 물고
달빛도 발을 펼쳐 드는 조선의 산조 한 채
남(南)으로 종종 적신 정조 눈썹을 어르듯
꽃 버들 서로 끄는 난간도 아스라하니
가없는 마음 줄 고르는 조선의 금선 한 채
📖정수자 시집 <인칭이 점점 두려워질 무렵>(가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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