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딱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 오후, 회사에서 일을 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큰 폭발이 있었다”는 속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팀 동료인 임인택 책기자가 취재 때문에 마침 키이우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각 메신저와 전화 등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한동안 답이 없어 더욱 혼비백산했습니다. 어째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닿았습니다. 방공호에 대피 중이라고요. ‘무사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최대한 빨리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임 기자는 물론 기사를 써야 했고요.(👉기사보기)
출장 전 키이우 현장 상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신중하게 확인한 끝에 취재가 어려울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교부 역시 그런 판단 아래 예외적 여권을 내줬고요. 전쟁 중에도 한동안 일상을 찾아가던 키이우에 불길한 기운이 피어오른 건 지난 8일 크림대교 폭발 때부터입니다. ‘핵 공격’ 어쩌고 하는 이야기까지 들리더니만, 결국 러시아는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한복판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으로 보복을 감행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평화학 학술지 <평화들 PEACES> 창간호에 실린 대담에서 본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측되었음에도 평화운동은 2003년 2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야처럼 반전을 위해 봉기하지 않았다. 지구 시민 사회의 형성을 알린 신호였던 2003년 2월 평화운동의 국제 연대는 2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소멸한 것인가.”
간혹 책을 뒤적이는 게 참 의미 없다는 무력감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책 바깥의 냉혹한 현실이 이번처럼 피부로 느껴질 때 특히 그렇습니다. 다만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문학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작가 아민 말루프의 이야기(👉기사보기)를 한줄기 위안으로 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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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책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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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록그룹 들국화의 멤버 전인권과 허성욱이 '추억 들국화'란 이름으로 내놓은 음반(1987년)엔 '머리에 꽃을'이란 곡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안에 /어떤 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던 과거를 그리는 곡이죠. 그 시절은 청년들이 자유를 외치며 저항했던 1960년대일 겁니다. 1960년대는 식민지 해방, 핵전쟁 위협, 베트남전쟁, 68혁명, 비틀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등이 모두 일어났던, 현대사의 용광로 같은 시기였습니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인류 전체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대를 모자이크처럼 보여주는 책입니다. 지은이는 60년대를 현대 세계의 기준점이라 보고, "'자유로운 개인'의 온전한 발전"을 그 시대정신으로 꼽습니다. 그 유산 위에서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지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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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형 책기자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머리에 꽃을'은, 곡의 도입부, 가사, 앨범 사진 등에서 미국 가수 스콧 매켄지가 만든 곡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를 '오마주'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60년대 히피 운동의 중심지였고, '샌프란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반드시 머리에 꽃을 꽂으라"며 히피 운동에 동참하라고 권유하는 곡입니다. 두 곡을 함께 들어보시죠.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68혁명은 자유, 저항, 청년이 주도한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정점으로 꼽힙니다. 60년대, 그리고 68혁명을 다룬 책 몇 권을 더 소개합니다.
*아래 책들은 아쉽게도 절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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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간의 활동이 크게 제한됐던 2020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흐르는 허드슨강에 거대한 혹등고래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퓨마나 흑곰 같은 야생동물들이, 인간들만 사는 곳이라 생각했던 대도시에 자주 출몰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환경사학자 피터 알레고나는 <어쩌다 숲>에서 사람과 동물이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파고듭니다. 19세기 들어 인간은 자신들이 살기 좋도록 도시를 쾌적하게 만드는 데 힘썼는데, 이런 노력이 뜻하지 않게 야생동물들도 불러들이게 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동거가 철저히 '우연'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최윤아 책기자는 "과제는 '어쩌다' 도시 생태계에 입성한 이들과 '어떻게' 공존하는가"라고 지적합니다. 우리 인간과 야생동물, 과연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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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서관협회가 주는 '뉴베리' 메달은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어린이문학상으로 꼽힙니다. 도나 바르바 이게라의 소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올해 뉴베리 메달을 받았는데, 올해는 뉴베리 메달 제정 100년째라 좀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2061년 혜성의 궤도 이탈로 지구가 멸망할 위기가 찾아오자, 인류는 수백 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자녀들만 우주선에 태워 새로운 행성 세이건으로 보냅니다. 그러나 인류가 하나의 집단이 되면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콜렉티브'가 우주선을 장악해 승객들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립니다. 지구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사람은 어린 여자아이 페트라뿐. 모든 이야기가 삭제된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야기 자체가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없는 세상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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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에스에프(SF) 소설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1994년 뉴베리 메달을 받은 로이스 로리의 소설 <기억 전달자>를 연상케 합니다.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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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섭 책기자가 소개하는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는 이승종 연세대 교수(철학)가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에 대해 새롭게 내놓은 해석을 담은 책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후기 작업에서 언어와 세계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보고, 언어의 의미가 인간의 삶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파고들었습니다. 특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인간에게 참과 거짓을 가르는 차원보다 의미와 무의미를 가르는 차원에서 더 원초적이라고 봤습니다. '삶의 형식'(Lebensform)은 이로부터 나온 비트겐슈타인 후기 철학의 주요 개념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의 언어 활동이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봤는데, 지은이는 여기서 자연이란 "인간 생활 바깥의 어떤 객관적 자연이 아니라 '나'와 '너'의 무수한 관계로 이뤄진 사람들 사이"에 있는, 곧 "사람의 얼굴을 한 자연"이라고 풀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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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휴대전화만 있으면 결제를 할 수 있는, '현금 없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영업 점포를 대거 줄이고 고객들에게 인터넷 뱅킹을 권유합니다. 물론 이용자 입장에서도 편리하지만, 과연 이래도 될까 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금융 브로커로 일하다 지금은 대안금융 관련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스콧 브렛은 자신의 책 <클라우드 머니>에서 "그러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지은이는 금융권의 거대 세력인 '빅 파이낸스'와 정보통신 기술의 '빅 테크' 사이의 융합이 그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 보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시장이 아주 작은 영역까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디지털 경제 시스템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 줄까, 의문을 제기하는 책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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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등에 진 망태기에 넣어 데려간다는 '망태할아버지'를 아십니까? 가는 곳마다 흉년을 일으키는 '강철이'는요? 90년대를 살았던 분들이라면 '홍콩할매귀신' 이야기에 몸을 떨었던 기억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알던 것보다 사연이 많아! K-요괴 도감>은 한국형 요괴 35종의 기구한 사연, 출몰 지역, 물리치는 법 등을 담아낸, 유쾌한 책입니다. 요괴별 엠비티아이(MBTI), 패션 스타일 등을 담은 것도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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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책방 없앨 생각, 저녁에는 책방 만들 생각
이후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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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포장해서 판다든가 작가님 모시고 북토크를 연다든가 독서 모임, 책 만들기 워크숍 등. 그렇게 모임을 하면 친구도 생기고 인연이 이어져서 또 다른 모임과 만남이 연결되니 많은 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책방의 이상적인 모습이 펼쳐진다. 그리고 책은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팔린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권선징악 해피엔드일 테다. 그러면 나는 책방을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책방을 만들 생각만 할 텐데… 오늘 아침에도 생각했다. 두 군데 중 하나는 없애야 하나? 책 한 권 파는 데 너무 품이 많이 드니 말이다.
(…)
그러나 나는 열었고 보았고 팔았노라. 무엇을? 책이 아니라 내 영혼을! 아, 내가 팔아야 할 것은 책인데(내 영혼은 값을 매길 수가 없어 그저 0원에 수렴한다는 안타까운 사실). 두 군데의 책방 모두 정기휴무라고는 없다. 이후북스는 나와 동업자(‘상냥이’라는 안 상냥한 동업자)가 같이 운영하는데 한 명이 서울에 있으면 한 명은 제주에 있다. 우리 책방은 출판도 겸하고 있어서(어떤 책을 만들었는지는 지면이 짧아서 쓸 수가 없다) 운영 시간 외에도 재택근무를 많이 한다. 아무튼 책 많이 팔고 싶은 욕심에 책방을 하나 더 만들어야지 생각하다가 책방이 있어 봤자 책이 안 팔리니 없애야지 싶고. 근데 없애면 팔 수가 없으니 만들어야지 싶고. 이렇게 7년 동안 반복 중이다. 그래서 말인데 좋은 자리 있으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책방 하나 더 만들려고요."
👉기사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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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또는 티끌
눈을 감고 내가 내 속으로 든다
광대무변의 우주도 더불어 들어온다
이 찰나는 영원과 한 몸이다
눈을 뜨니 나는 작은 점이다
영원을 지나치는 작디작은 티끌이다
그래도 우주는 나를 품어 안는다
📖이태수 시집 <나를 찾아가다>(문학세계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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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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