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2024년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김대중(1924~2009)의 탄생 100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이 개봉한 것과 함께 그의 말들을 선별해 모은 책 <김대중의 말>(태학사)도 나왔습니다.( 👉기사보기) 50여년 동안 그가 발신했던 말들을 따라가다 보니, ‘동학’(東學)에 대한 언급이 꽤 많았다는 데 새삼 눈길이 미치더군요. 김대중은 사후인 2011년 제1회 ‘동학농민혁명’ 대상 수상자로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김대중은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란 동학의 가르침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지향점이며, 그 기치 아래 민중들이 떨치고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이야말로 우리가 서 있는 역사의 한 뿌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했습니다. 1981년 고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그는 “최수운(최제우)의 탄생은 이 땅에 정신사의 이적(異跡)이며 한국인의 사상적 창조성의 한 표본”이라고, 또 “동학은 어디까지나 당시 농민을 위한 눌린 자의 종교였으며 반체제적이고 민족적이고 주체적이고 저항적인 종교”였다고 평가합니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는 1824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는 그의 탄생 200년이기도 합니다.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올해로 130년을 맞습니다.
사회의 토대를 이루면서도 권력을 쥔 ‘잘난’ 소수에게 지배당하던 절대 다수가 자기 손으로 직접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 것이야말로 지난 인간 역사의 가장 큰 흐름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이 흐름의 종착지 부근에 와 있을까요, 아니면 다시금 이어가야 할 지점에 서 있을까요. 100년 터울의 어떤 계보를 새기다 들었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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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며칠전 있었습니다. 저출생 고령화의 결과이지요. 유엔(UN)은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내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국외로 시선을 돌려본 독자는 많지 않으실 텐데요, 인구 감소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가 쓴 <축소되는 세계>는 전 세계가 2차대전 이후 이미 인구 감소 단계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이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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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향후 5~10년 이내에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나라로 타이, 대만, 이탈리아, 레바논, 쿠바 등을 꼽았고, 독일 역시 이민자들이 없다면 인구가 감소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또 각종 예측 자료를 근거로 2050년이 되면 전 지구 국가 중 3분의 1인 65개 국가에서 인구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고, 50년 후가 되는 2070년쯤이 전 세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이렇게 전 지구적 인구 감소가 개인·기업·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저자는 인구 감소의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살펴보고, 이미 빈집이나 황무지가 늘고 있는 ‘축소 도시’ 사례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그렇다고 암울한 전망만 하지는 않습니다. 인구 감소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속도를 줄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방안을 제안합니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미래 대비를 위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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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이자 현장형 미래학자이며 현역 국회의원인 홍성국은 2018년 ‘수축 사회’라는 용어로 미래를 전망했습니다. 저자는 <수축사회>(메디치미디어)란 책에서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였지만 21세기 들어서면서 반대로 ‘파이’가 축소되고 있다고 짚습니다.
🐟복지강국 스웨덴을 대표하는 사회학자 알바 뮈르달(1982년 노벨평화상 수상)과 정치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함께 쓴 사회과학의 명저 <인구 위기>(문예출판사)도 함께 소개합니다. 강력한 재분배 정책으로 저출산 위기를 넘자고 한 뮈르달 부부의 해법은 소멸 직전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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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사회의 언어’라는 칼럼을 쓰고 있는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가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는 <외국어 전파담> <외국어 학습담> 같은 언어학 책과 함께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2019)라는 책을 내기도 한 도시 생활자 겸 도시 탐구자이기도 한데요, <…도시 탐구기>는 이참에 <도시 독법>으로 제목을 바꾸어 개정 증보판이 나왔습니다. <도시 독법>이 지은이가 살았거나 여행한 세계 여러 도시들에 관한 관찰과 탐구를 담았다면, 새 책은 세계 각국 도시들이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가령 로마와 교토의 지배자들은 그 도시의 종교 유산을 복원하거나 보존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권력을 강화하려 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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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의 세 도시 찰스턴, 뉴올리언스, 샌안토니오는 1920년대에 참정권 운동에 가담했던 백인 부유층 여성들 주도로 역사 경관 보존 활동을 펼쳤습니다.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백인들의 ‘애향심’에 호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흑인들과 가난한 백인들이 배제되고 소외당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뉴욕과 베를린은 가난한 예술가들과 성소수자, 이민자 등이 낙후된 지역에 모여들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해당 지역의 난개발을 막는 성과를 냈지만, 그곳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뒤에는 집값이 오르고 관광객이 꼬이면서 원래 살던 이들이 쫓겨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누구를 위한 보존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나오게 되는데, 지은이의 제안은 이렇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선전하고, 지난날의 영화를 기념하기보다 주어진 어려움과 한계 속에 열심히 살았던 이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삶을 기념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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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겨레>가 '올해의 책'으로 꼽은 <베를린이 역사를 기억하는 법>(푸른역사)은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통해 수치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열다섯 장의 '도시 그림'을 통해 역사 속 열다섯 곳 도시들을 연구한, 건축학자 손세관의 책 <도시의 만화경>(집)도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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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문학 갈래를 ‘동지(同志) 문학’이라 부릅니다. 홍콩 한 사회학자가 게이를 ‘동지’로 번역하면서 일종의 사회학 용어가 되었다는 게 이 소설을 번역한 김태성씨의 설명입니다. ‘동무 문학’으로 바꾸면 국내 용어로 제격이란 생각이 듭니다. 대만 문단의 사실상 신예로서, 국내 소개된 적 없는 작가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은 새로운 서사와 깊이로 동지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품입니다. 이야기를 쏟아내는 힘은 국내 소설 <고래>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실상 작가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그래서 쉴 새 없이 말하는 엄마, 끝없이 자신을 배척한 엄마로부터 받은 재능임을 소설 속에서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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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역할이 통상의 문학적 정체성과 다르고, 여성에 대한 도구적 재현도 없지 않아 종종 소설이 불편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조금 고약하고 조금 기괴하다 느낀 이유인데요, 이 기괴함과 불편함의 더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리얼리티에 있을 겁니다. 해서 다시 읽다 보면 이 소설, 조금 더 아름답게 조금 더 슬퍼져 있었습니다. <귀신들의 땅>은 해학과 슬픔, 은유와 우화로 가득합니다. 지구본을 아무리 돌려도 제 나라는 없더라는 주인공은, 사내만 사람 취급하는 가족 안에서 그러나 막상 태어나 자라보니 동성애자더란 삶의 배역을 받은, 1970년대 중반 대만 용징 태생의 천톈홍입니다. 바로 작가 천쓰홍(47)의 분신입니다. 소설을 관통하는 ‘귀신’은 내쫓는 자이고 내쫓기는 자입니다. 왜일까요. 이승의 서사에 발이 엉켜 허우적대는 자들로 해석해봅니다. 들어달라는 거죠, 하지만 누군간 감추고 싶어할 이야기, 그러나 결국 들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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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이후 서구 사상의 큰 흐름 가운데 하나가 세속화 곧 탈기독교화입니다. 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 같은 이들이 탈기독교화를 이끈 대표적인 사상가들로 꼽히죠. 이 ‘의심의 대가들’이 이끈 세속화 운동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탈근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를 낳았습니다. 탈근대주의의 핵심은 인간중심주의 또는 주체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세속화 운동의 극단에서 역으로 종교적 영성의 복권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운동의 선두에 선 사람 중에 메롤드 웨스트폴(84)이라는 미국 철학자가 있습니다. 종교철학에 관한 여러 저서를 쓴 웨스트폴은 탈근대사상과 기독교 신학의 새로운 종합의 길을 열고 있는데, <초월과 자기-초월>(2004)은 그런 종합의 길을 잘 보여주는 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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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웨스트폴이 주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은 ‘탈중심화’입니다. 웨스트폴은 이 탈중심화가 기독교 신앙과 다시 만날 길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위-디오니소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그리고 레비나스와 키르케고르그의 신학을 경유하여, 신의 초월성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탈중심화’와 만나는 순간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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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Brain-Computer Interface(BCI)라 합니다.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상상이 대체로 그렇지만, BCI는 특히나 우리가 설정해둔 인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립니다. 신체를 교체하고 뇌를 해킹하는 등 SF 속의 수많은 일들이 BCI에 기대어 가능할 것이기 떄문입니다. 물론 상상이 곧 현실이 될 거라는 말은 아닙니다. 인간은 신경망 구조는 파악할 수 있어도, 신경세포가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는지는 모르고 있거든요. 그래도 뇌파를 읽어 인공 팔을 움직이게 한다거나, 세포 배양을 통해 인공으로 '미니어처 뇌'를 만든다거나 등 BC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상상의 뒤를 아주 바짝 뒤쫓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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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최초로 BCI 연구를 시작했던 임창환 한양대 교수는 <뉴럴 링크>에서 BCI 기술과 산업이 오늘날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여줍니다. 머리에 전극을 부착해 뇌파를 읽고 이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시작했던 BCI는, 전극을 머릿속에 삽입해서 더 정교하게 신호를 읽는 침습적 방식으로도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뇌와 컴퓨터가 긴밀하게 연결하면, 시각·청각·사지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손과 발, 의사소통 수단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기술과 산업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개발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과연 그것뿐일까 하는 의구심만은 떨치기 어렵습니다. 과연 인간 사회는 인간을 변형하는 데에 따르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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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사무 노구치(1940~1988)는 유명한 조각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어쩌면 '아카리'라 불리는 램프를 보신 적이 있으실지 모릅니다. 뽕나무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접이식 조명이죠. <달팽이: 빛을 조각한 예술가 이사무 노구치>(지양어린이)는 '고독한 예술가'로서 이사무의 삶과 예술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전쟁을 벌였을 때, 미국은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가뒀었죠. 이사무는 '경계인'으로서 겪었던 고통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었을까요? '달팽이'는 그에게 무엇을 주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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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서점'을 보여주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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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가 가지고 있던 책들을 파는, 일종의 중고 서점이었습니다. 가진 책이 모두 소진된 뒤엔 제가 읽고 좋아하는 책들로 서가를 구성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경주 ‘황리단길’에 위치하고 있는 터라, 제가 좋아하는 책만 가져다 놓으면 서점에 놀러 온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 없더군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과 손님들이 원하는 책의 비율을 비슷하게 하자’ 타협을 보았습니다.
온라인서점을 경쟁 대상으로 삼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만 생각했죠.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나오다 약 봉투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저는 책은 크라프트지 봉투에 넣어야 제맛이라 생각하는데, 밋밋한 무지 봉투보다는 ‘읽는 약’이라는 글자가 적힌 봉투에 담아드리면 재밌겠다 싶어 그리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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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게임
건강한 사람이 되려고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꼬박
꼬박 먹었다
미래에는 사람 대신 건강만 남을 것이다
빛을 맹신한 비둘기가 창문에 머리를 박는다
📖류휘석의 시집, <우리가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문학동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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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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