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음식문화가 발달한 중국 사람들은 정치와 사회 현상을 음식에 비유해 이야기하는 데 능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1949년) 이후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사태로 손꼽히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과 관련해서도 중국 특유의 ‘음식 비유’가 빠질 수 없습니다. 문화대혁명은 중국 나름의 현대화 계획이었던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찾아온 위기를 되레 더욱 격렬한 계급투쟁으로 돌파하려다 혼란을 일으킨 사태라고 평가받습니다. 마오쩌둥의 부인 장청을 포함한 이른바 ‘사인방’이 이 시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하죠. 1976년 9월 마오쩌둥이 사망한 지 한 달 만에 ‘사인방’이 체포되면서 문화대혁명은 막을 내립니다.
당시 민물게(螃蟹·팡시에)를 특산물로 자랑하는 상하이 사람들은 마침 제철이라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게를 사먹으며 ‘사인방’의 실각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수게 세 마리와 암게 한 마리’(三公一母)를 ‘사인방’에 비유해, 이들을 쪄먹은 것이죠. 모로 걷는(橫步) 게의 모습과 무언가를 위협적으로 움켜쥐는 게의 집게발에, 이리저리 폭정을 휘둘러온 ‘사인방’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중국요리의 세계사’(따비)에선 당시의 보도를 이렇게 인용합니다. “사인방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도 당·정부·문화 여기저기에 게처럼 집게발을 뻗어 권력을 손에 넣었으며 옆(橫)걸음질이 전부인 게처럼 횡포(橫暴)를 일삼았지만, 결국 게처럼 아무것도 움켜쥘 수 없었으며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다.”
참, “게를 처음 먹은 사람”(第一个吃螃蟹的人)은 흉폭하게 생긴 게를 먹겠다며 먼저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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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판계를 휩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과학 논픽션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도서관에서 20대 청년들은 여전히 과학서 중 이 책을 가장 대출을 자주 한다고 하네요. 이 책을 쓴 룰루 밀러가 책에서 언급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하는, 과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캐럴 계숙 윤이지요.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캐럴 계숙 윤이 2009년 쓴 과학 논픽션인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인기에 힘입어 뒤늦게 국내에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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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인물을 바탕으로 과학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법은 물론이고 인간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어떤 지식 체계가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인가와 같은 ‘과학 너머의 이야기’까지 다루는 것까지 룰루 밀러의 책과 캐럴 계숙 윤의 책은 많이 닮았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으신 분이라면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읽으며 또 다른 감동을 느끼실 것이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고 분류학의 변천사를 안 상태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까지 읽어보시면 더 흥미로우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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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에서 저자는 ‘움벨트’(Umwelt)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움벨트란 생명체가 고유한 감각으로 세계를 지각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람과 벌, 고래 등은 각자 고유한 감각으로 세계를 지각하지요. 이 영상은 움벨트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움벨트’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세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어류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한다면,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현대 생물분류학의 기초를 만든 칼 폰 린네에 주목합니다. 린네는 처음으로 사람을 젖먹이 동물로 구분했는데, 이에 대한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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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짜장면처럼 아예 그 나라의 '국민 음식'으로 정착한 중국요리들도 많습니다. 중국요리는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전 세계에 퍼져나가게 된 걸까요? 중국이란 나라가 전 세계를 '지배'한 적도 없는 데 말이죠. 이와마 가즈히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교수의 <중국요리의 세계사>는 해박한 지식과 꼼꼼한 탐구로 그 비밀을 파헤치는 노작입니다. 지은이는 중국 요리는 "각 지방에서 발달한 민간의 요리로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고, 각국의 내셔널리즘과 조응해 영향력을 획득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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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착되어 가던 19~20세기, 중국 각 지역에서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동한 화인들이 중국요리 전파의 일차적인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연쇄반응이 일어납니다. 예컨대 푸젠성 출신의 화인들이 많이 건너간 말레이반도에서는 중국식 조리법과 코코넛 밀크, 야자수 등의 현지 재료가 혼합하여 '뇨냐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태국 정부는 화인들의 동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직접 나서서 중국의 볶음 쌀국수인 '퀘티아우'를 태국식의 '팟타이'로 탈바꿈시킵니다. 이처럼 제국주의/식민주의의 영향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중국요리는 각 나라의 '국민국가' 형성에도 녹아들었습니다. 어쩌면 음식문화란 것은 필연적으로 '세계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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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시작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근대 국민국가들이 자신들의 '소프트파워'를 자랑하고 경쟁하는 무대로 여겨집니다. 목록을 보시면, 한국의 '김장 문화'와 북한의 '김치 담그기 전통', 북한의 '평양랭면 풍습'을 비롯해 많은 식문화 전통이 올라와 있습니다. 음식 그 자체가 아닌 '음식 문화'로서의 성격이 중요하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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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서의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 간 전쟁이 격발했습니다. 전쟁은 가장 위약한 이들부터 노립니다. 가장 투명한 것부터 피로 물들입니다. 그 전쟁을 2009년까지 25년 넘게 겪은 나라가 스리랑카입니다. 그 여파는 아직 지속 중이며, 최근 역대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았습니다.
1950년대 스리랑카에선 한국을 경멸조의 ‘코리야와스’(Koreyawas)라고 불렀습니다. 콧대 높은 ‘실론’ 사람들에겐 판자촌과 빈민가로 대표되는 빈곤의 상징일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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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출신 작가 셰한 카루나틸라카가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전해온, 제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이 이룬 경제적, 문화적 기적에 경이를 느낀다”며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자국과 대비한 말이기도 합니다. 1975년 스리랑카 항구도시 골 출생. 단 2권의 소설을 썼으나, 두번째 소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이 지난해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세계 문단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수상 소식도 이변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 소설 자체입니다. 이번 국내 소개되며 확인되는 이 소설의 정수는 스리랑카의 참혹한 과거사를 복기하는 작가의 창의성입니다. 추리 스릴러의 외투 속에 해학과 풍자, 판타지를 가득 덧댄 채 수십년 이어진 살육전의 상흔, 그럼에도 절멸하지 않는 인간성, 그 최소단위이고 말 사랑을 캐물어 가는 도정이 돋보입니다. 분노 가득한 해학, 웃음 넘치는 분노라고 해야겠습니다. 말이 되는 표현인가요? 말이 됩니다. 쓸 수 없는 것은, 그렇게 쓰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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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양철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마누엘 칸트는 말년에 독일 제국 황제였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와 대립각을 세웁니다. 종교 관련한 논문들을 판매하지 못하고 강연도 하지 못하도록 핍박을 받았던 것이죠. '칸트 전집'의 한 권으로 출간된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1793)는 이처럼 권력과 마찰을 빚기도 한 칸트의 종교철학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김진 울산대 명예교수가 책 전체를 옮기고 상세한 해제를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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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이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실천이상비판>이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이라면, 이 책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종교이성비판'입니다. 칸트는 서문에서 서로 충돌하는 두 명제를 제시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이 저작을 이해하는 관건이 됩니다. 도덕은 종교 없이 이성에만 기대어 설 수 있겠지만,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도덕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신(위안적 희망)을 필요로 합니다. 이때 신은 교회에서 섬겨지는 제의적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도덕적 완성으로 이끄는 '도덕법칙의 입법자'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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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의 지은이 노승대는 오랫동안 사찰 답사 모임을 이끌어 온 작가입니다. 이전에도 사찰의 이모저모에 관해 책을 몇 권 낸 적이 있다죠. 이번 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불교 유물과 전통 신앙 사이의 관련성입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해 다른 불교 국가들에 비해서도 한반도에 유난히 마애불이 많은 까닭으로, 마애불이 새겨진 장소가 전통 신앙의 기도처였다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부처의 지혜를 밝히기 위한 석등에도 전통 신앙의 흔적이 들어 있다죠. 당간도 한반도에 유난히 많은데, 그 역시 전통 신앙의 솟대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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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책의 제1부에서는 마애불, 석탑, 석등, 승탑(부도), 노주석, 당간지주 등 돌로 만든 불교 유물을 다룹니다. 유물별 역사와 전국 곳곳의 실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려줍니다. 제2부에서는 절집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을 소개하는데, 그중에는 절을 둘러보면서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있습니다. 가령 창녕 관룡사는 돌담 위에 작은 기와 지붕을 얹은 것으로 일주문을 대신하는데, 돌담에 소박하게 새긴 ‘부처 불’ 자가 일종의 문패 구실을 한다는 설명이 재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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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번역하다 소설까지, 결국은 '쓰는 사람'
번역가 박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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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 외판원이던 아버지가 집에 들여놓은 100권짜리 계몽사 전집에 7살짜리는 활자 중독이 됐고, 중학교 때에는 영어라는 두 번째 신세계를 만났습니다.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가 로런스 블록의 책으로 스릴러 번역에 들어섰고, 지난해에는 직접 <너를 찾아서>(더라인북스)라는 스릴러 소설을 직접 썼습니다. 한술 더 더서 에세이와 칼럼도 쓰고, 최근에는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도 공부 중이라 합니다. 이 같은 박산호 번역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쓰는 사람'이란 정체성을 가진 이의 에너지란 이렇게도 강력한 것이구나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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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직접 꼽은 주요 작품들의 표지. 왼쪽부터 데이비드 소로 등 13명의 유명 작가들의 글을 모은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인플루엔셜), 주목받는 캐나다 작가 미리엄 테이브스의 <위민 토킹>(은행나무), 앨리스 오스먼의 그래픽 노블 <하트스토퍼>(위즈덤하우스), 블록버스터급 판타지 그래픽 노블 '불의 날개' 시리즈(김영사) 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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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자이자 독자인 당신을 초대하오
서점극장 라블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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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하겠다는 무모한 광기에 빠지고 나서, 동네책방들을 탐방하며 서가를 서성이며 계산대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종일 관찰한 적이 있었다. 확실히 종이책과 동네책방의 미래는 밝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사람들이 더 능동적으로 책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책방들을 돌아다니는데, 어느 서점을 가든 특정 책들을 묻지도, 재지도 않고 쌓아서 사는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매 도서 목록과 구매자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작업하는 사람은 자기 분야와 연관된 책에 한해서는 계산하지 않고 산다는 단순한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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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웃음이 웃습니다
울음이 웁니다
바람이 붑니다
믹서기에 어제를 넣고 돌돌 갑니다
꺼끌한 앙금이 가라앉고 맨얼굴이 거품으로 뜹니다
당근을 먹은 달팽이는 오렌지색 똥을 눕니다
팬지꽃 먹은 나는 노란 꿈을 꿉니다
‘다 좋다’처럼 거꾸로 읽어도 기분 좋은
문장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 아내’처럼 거꾸로 읽어도 포슬포슬한
문장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별에 대해 쓰려고 반짝, 애를 쓰다가 관둡니다
나무 이름, 들꽃 이름 같은 건 모릅니다
이런 내가 시를 씁니다
개망초와는 이제 서로 알아 가는 사이입니다
📖강나무의 시집 <긴 문장을 읽고 나니 아흔 살이 됐어요>(걷는사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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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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