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1964년 제정된 미국의 ‘시민권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으나, 당시 장애는 여기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970년 장애 여성 주디스 휴먼이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교사 면허를 주지 않은 뉴욕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싸우기로 결심했을 때, 소송에서 써먹을 법 조항이나 판례조차 없었습니다. 휴먼은 1977년 ‘재활법 504조’ 시행을 요구하며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 건물을 점거하는 투쟁을 주도했습니다. 재활법 504조는 시민권법에 포함되지 못한 내용(‘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을 재활법에라도 넣은 조항이었죠.
장애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한발 늦었기에, 미국 정부와 관료들은 장애인 평등과 관련한 문제에 “분리하지만 평등하다”(seperate but equal)는 구닥다리 논리를 갖다 붙이곤 했습니다. 과거 인종 문제에 대한 전가의 보도였던 이 ‘분리 평등’ 원칙은 이미 1950년대에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재판을 계기로 폐지됐는데도요. 주디스 휴먼의 자서전 <나는, 휴먼>(사계절)을 보면, 재활법 504조 투쟁 과정에서 협상 대상인 관료가 ‘분리 평등’을 언급하는 순간 휴먼을 포함한 장애인 동료들이 엄청나게 강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창피를 당한 관료는 협상장을 박차고 도망을 가버렸죠.
‘불법’, ‘떼법’ 등의 말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선전전에 대응하는 정치권, 정부기관의 모습과 일부 여론을 보며, 어떤 이들의 마음속 원칙은 여전히 ‘분리 평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저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고 싶은 대상이 과연 동등한 시민일 수 있을까요.
|
|
|
애초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추방되지 않았습니다. 1948년 현대 이스라엘이 건국되었을 때,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이야말로 과거 유대 국가의 후손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에 의해 밝혀진 사실들입니다. 그러나 유대인이 단일한 민족집단이라는 신화는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에서 오랫동안 국제문제를 취재해온 정의길 기자는 <유대인, 발명된 신화>에서 풍부한 사실들을 냉정한 관점 아래 엮어 유대인 신화가 왜 허구인지 파헤칩니다. 기독교 세계의 차별과 배제가 유대인이란 소수자 정체성을 만들었고, 유대인들이 세운 국가는 그곳에 살던 주민들을 내쫓으며 다시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소수자 정체성을 만들었습니다. 이토록 지독하고 잔인한 역설은 도대체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 걸까요.
|
|
|
🐟오랫동안 성서에 입각했던 유대인 정체성은 1980년대 후반 이스라엘에서 '신역사학자' 그룹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의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성과인 이스라엘 핑켈스타인의 <발굴된 성서>, 슐로모 산드의 <유대인의 발명> <이스라엘 땅의 발명> 등은 <유대인, 발명된 신화>에서도 인용되었습니다.
🐟테오도르 헤르츨(1860~1904)은 현대 이스라엘 건국의 토대를 쌓은 인물입니다. 그가 쓴 책 <유대국가>를 읽어보면, 오늘날 중동 문제가 기독교 세계의 '유대인 문제'로부터 온 것임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
|
님은 종이책을 얼마나 자주 읽으시나요? 종이책을 읽는 것이 전자책이나 디지털 자료를 읽는 것보다 더 나은 경험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 반대? 읽기 영역에서 '종이 대 디지털'은 자주 언급되며 대립 구도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깊이 따져본 연구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미국의 언어학자가 쓴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읽기와 학습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조사와 연구 결과들을 취합하여 더 나은 읽기란 어떤 것인지 탐색한 책입니다. 종이와 디지털의 대립 구도도 다루지만, 어느 한 매체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읽기의 목적에 따라 취하는 매체를 달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종이책이 '더 깊은 이해'에 유리한 매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
|
|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어째서일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등단 3년차 고명재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투명한 부위로" 세계처럼 귀한 존재와 닿는데, 그 눈부심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냐고. 그가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관통하는 열쇠말은 역시나 '사랑'일 텐데, 임인택 책기자는 무엇보다 시인에게 "'드러내기'보다 '감추지 않음'이 견지되는 태도"를 읽어냅니다.
"안쪽에서" 부풀어오르는 페이스트리에서 "불쑥 떠오르는 얼굴"을 보고, 거기에 전부를 걸겠다는 것도 그런 태도인 걸까요. 시인은 임인택 책기자와 한 통화에서 '요즘 시가 어렵다'는 말들에 대해 "왜 저들이 힘겹게 저 언어를 발산하는지 해석하려는 데에서 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닌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
|
|
에드몽 자베스(1912~1991)는 영국 식민지였던 이집트 땅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국적을 지니고 프랑스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유대인 정체성을 고민해본 바 없던 그는 2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1957년 이집트에서 추방(이집트 내 모든 유대인을 추방한 조처)당한 것을 계기로 아우슈비츠의 의미를 묻는 작가로 거듭났습니다.
<질문의 책>은 <닮음의 책> <환대의 책>과 더불어 자베스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소설도, 시도, 에세이도, 희곡도 아닌 독특한 형식으로 난해하게 쓰여진 이 책에서, 지은이는 '책'을 통해 인간과 절대자의 관계를 탐사합니다. 고명섭 책기자는 이렇게 풀이합니다. "절대자는 궁극의 질문이며, 이 질문의 메아리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물으며 우리의 삶 곧 우리의 책을 쓴다."
|
|
|
최근 뇌과학, 신경과학의 성취들은 우리의 뇌가 '예측기계'라는 명제를 더욱 뚜렷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감각기관으로 수집된 정보들이 그대로 풀이되는 게 아니라, 뇌가 나서서 이를 가장 그럴듯하게 해석해준다는 거죠.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은 <기대의 발견>에서 이 같은 예측기계인 뇌를 잘 활용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지은이는 수많은 연구 사례들을 제시하며 '기대 효과'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컨대 시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뇌의 시각처리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낫게 할 것이란 기대는 약의 효과를 실제로 가져온다는 것이죠. 단지 마음만으로 기적을 일으킬 순 없겠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은 결코 거짓이 아니랍니다.
|
|
|
사람들은 그림자를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곤 합니다. 아이라면, 때로 나 자신보다도 커지는 자신의 그림자가 무서울 수 있겠죠. 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끈질기게 따라오기도 하고요. <피트와 그림자>는 피트라는 아이가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마음속 스위치'로 두려움을 없앤 다음엔? 피트는 그림자라는 좋은 친구를 얻었겠죠!
|
|
|
"두 권만 파는 콘셉트는 일본의 한 권만 파는 서점, 모리오카 서점에서 영감을 얻었다. 서점을 방문하면 한 권을 사게 된다는 사실에 착안한 콘셉트였다. 서울에는 한 권만 파는 서점인 ‘한권의 서점’이 있다. 그래서 부산에서 두 권만 파는 서점을 열자고 결정했다. 두 권의 책은 읽고 좋았던 책 중에서 특정 주제에 맞추어 고른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전시를 연다. 처음에는 작가와 협업하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작가가 되기로 했다. 다음 책은 기존 책이 다 팔려야 들어온다. 책이 바뀌어야 다시 같은 손님을 만날 수 있으니 많이 사주시길 바랍니다. 단골손님이 해준 말이 있다. 가장 좋은 손님은 책을 사는 손님이라고."
👉기사보기 |
|
|
대통령, 대통령들
하늘에서 별들이 말했다네
저기 봐, 저들이 오고 있어
무리지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어
검은 양복들을 입고 있고
붉은 넥타이를 메고 있어
저들이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어
저들은 아마도 캄캄한
흑암으로 가고 있나 봐!
여전히 저들이 웃고 있는데
눈빛은 불타고 충혈되었다
그들이 달맞이꽃별 곁을 지날 때
그들이 반딧불이별 곁을 지날 때
달맞이꽃별은 침묵했다네
반딧불이별은 눈을 감았다네
📖김명수 시집 <77편, 이 시들은>(녹색평론사)에서 |
|
|
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한겨레>를 정기구독하시면, 매주 토요일 아침 충실하게 만들어진 북섹션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후원회원 '벗'으로 함께해 주시면,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