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관내 ‘작은도서관’들의 문을 사실상 닫으려고 했던 최근 마포구청의 처사( 👉기사보기) 뒤에는 “도서관은 혈세를 낭비하는 곳”이란 인식이 있었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서관에 대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경제성’을 따져볼 수 있다는 걸까?
찾아보니, 이미 이에 대한 자료들이 있더군요.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연구 결과를 인용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투자대비수익’(ROI·Return on Investment) 값이 3.66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투자 금액의 3.66배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겁니다. 이 연구는 이용자의 ‘지불의사액’을 묻는 ‘조건부가치평가법’(CVM·Contingent Valuation Method), 그러니까 실제 도서관 이용자에게 그 가치를 직접 책정하게 하는 방식에 기댔습니다.
이 결과는 국제도서관연맹(IFLA)이 2021년 발행한 ‘도서관 투자대비수익’(Library Return on Investment) 제목의 문건에도 소개됐습니다. 스페인, 캐나다, 미국 등 전세계 여러 지역에서 지난 10여년간 수행된 공공도서관 가치 평가 결과들과 함께 실린 문건입니다. 여기엔 조건부가치평가법뿐 아니라 민간 서비스와 비교하는 방식, 이용자 시간·비용·노력을 합산하는 방식 등 도서관의 가치를 산출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함께 소개됐습니다. “계량 가능한 용어로 가치를 입증하라”는 요구가 증가하자, 도서관들도 이에 맞서 다양한 수를 낸 셈입니다.
<경제학자의 시대>(부키)에는 경제학자들이 '비용 편익 분석'이라는 틀을 앞세워 생명의 가치가 얼마인지 분석해내는 등 공공 정책의 기준까지 좌지우지하게 된 과정이 자세히 나옵니다.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는 ‘기계’에 가치의 증명을 맡기기엔 부적절한 존재들이 있고, 도서관 역시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들’의 언어를 받아들이면서도 가치를 증명해내겠다는 몸부림 그 자체가, 무엇보다 강력한 존재 이유로 다가옵니다.
👉자료보기: Library Retrun on Investment 보고서
|
|
|
돈을 벌거나 쓰지 않고 사는 삶이 과연 가능할지,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한 우리로선 선뜻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0원으로 사는 삶>은 '0원으로 살기'를 실천해봤고, 지금도 돈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고 있는 지은이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쓴 책입니다.
워킹 홀리데이로 떠난 영국에서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 지은이는 "그저 사용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0원살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유기농 농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대신 무료 숙식을 제공받는 '우핑', 빈 건축물을 점거해 살아가는 '스쿼팅', 먹거리 등 유용한 물건을 줍는 '스킵 다이빙' 등 0원살이를 위한 방법은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0원'에 가까워질수록 '영원' 같은 무한한 가능성과 자유에도 가까워졌다고, 지은이는 말합니다.
|
|
|
🐟지은이 박정미씨는 '0원살이' 프로젝트를 독립영화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그 전에, 2년 여정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트레일러 영상이 먼저 공개됐습니다.
🐟'0원살이' 전에는 '소비단식'이 있었습니다. "귀하의 카드 사용액이 월 한도의 90%에 이르렀다"는 카드사의 경고 문자를 받은 뒤, <소비단식 일기>의 저자 서박하 작가는 2년간 '소비단식'에 돌입하죠. 그는 왜 소비에 집착했고, 어떻게 '소비요요'를 극복했을까요?
🐟<나는 빚을 다 갚았다>는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이던 애나 뉴얼 존스가 소비단식을 통해 빚을 청산한 15개월의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연봉 3600만원에 빚 2500만원, 저자는 소비 단식을 위해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부터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
|
'시장에 맡겨라.'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부는 중요한 정책들을 정말로 시장에 맡겼습니다. 그렇게 굴러온 세상은 과연 누구에게 살 만한 세상이 되었을까요?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경제학자의 시대>는 경제학자들의 전성시대였던 1969~2008년 사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시기 경제학자들은 공공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 과세와 공공 지출 대신 인플레이션 억제와 감세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반독점법 등 '낡은' 규제들을 일소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는 발전했을지 모르나, 불평등으로 균열된 사회가 남았습니다. 밀턴 프리드먼부터 조지 스티글러, 아서 래퍼, 토머스 셸링 등 여러 경제학자들의 생생한 모습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
|
🐟경제학자들의 대결은 전 세계의 역사적 지형도를 크게 바꿔놓기도 합니다. 영국의 언론인 니콜러스 웝숏이 쓴 두 권의 책 <케인스 하이에크>와 <새뮤얼슨 vs 프리드먼>도 함께 소개합니다.
|
|
|
점잖기로 정평이 난 한겨레 문학담당이 이번엔 좀 수선을 떱니다. 신예 작가의 보기 드문 작품이라 해도, 미투 이후 시대상을 가장 기발하게 옮긴 작품이라 해도, ‘화해’와 ‘대결’이라는 두 친구의 가장 은유적 ‘화해’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불러내고 담고 싶은 마음”을 새긴 필명의 신예 이미상의 첫 소설집 <이중 작가 초롱>입니다.
한 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의 밀착성'과 한 줄이라도 놓쳤을 때 갇혀버릴지도 모를 '맥락의 밀실성' 때문에 읽기 쉽지 않았는데, 이 두 가지는 작가가 바로 지금 우리 삶의 형질을 신랄 발랄하게 은유해낸 결과일 겁니다. 소설끼리 등장 인물이 같은 이름으로 겹치고, 사건이 낌새로 실체로 또 겹칩니다. 보기 드문 '길항적 독서' 경험, 이제 해보실까요.
|
|
|
김기림(1908~?) 하면 '모더니즘'이란 말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정도로 그는 일제강점기 모더니즘 운동의 기수로 꼽힙니다. 국문학자 김유중 서울대 교수가 쓴 <김기림 연구>는 그동안 그리 조명 받지 못했던 김기림의 해방 뒤 활동까지 시야에 넣어 김기림 문학의 전모를 파악하려 시도한 책입니다.
지은이는 김기림의 대작 시 <기상도>로부터 1930년대 중반 김기림의 세계관과 문명관을 읽어냅니다. 모더니즘 운동 시기에도 그가 근대성을 마냥 긍정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1930년대 말이 되면 그것을 극복하는 길로 나아갔다는 풀이입니다. 해방 정국에 여운형과 함께 '좌우 통합'에 노력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새롭게 발굴해냅니다.
|
|
|
'살인사건'이라고 하면 낯 모르는 타인들 사이에서나 일어나는 일들 같지만, 실제론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전체의 30%가량 된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그 비율이 절반에까지 이른다고 하고요. 왜 그럴까요? 가족 안에서 생기는 문제, 대개는 '돌봄의 무게'를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럴 겁니다.
<가족의 무게>는 이렇듯 파국적인 '가족살인' 사건들을 심층 취재한 일본의 논픽션 작가가 그중 일곱 건을 꼽아 실은 책입니다. 정신질환을 앓으며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아들을 25년 동안 정성껏 돌봐오다 끝내 죽이게 된 아버지의 사건 등으로부터, 왜 가족은 자본 또는 자본과 결탁한 국가의 착취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묻게 됩니다.
|
|
|
ⓒ Jimmy Chin-min
2016년 미국 요세미티에서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프리라이더 루트 꼭대기 근처의 상부 피치 중 하나를 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가 지미 친은 호놀드보다 위에 있었는데, 호놀드가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어서 뷰파인더를 보지도 못한 채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고 합니다. <거기, 그곳에: 세상 끝에 다녀오다>(진선BOOKS)는 오랫동안 모험가와 산악인들과 함께 전세계의 극지를 탐험해온 지미 친이 펴낸 첫 번째 사진집입니다. 지미 친은 2018년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솔로>의 감독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
|
꾸역꾸역 4년…다음엔 해맑은 다섯살 책방이길
마그앤그래 |
|
|
"화가는 별 하나에 친구 얼굴을 점으로 찍고, 서점 주인은 신간 한권에 그 책을 반길 사람을 떠올린다. 그 얼굴 중 상당수는 스쳐 지나간 과거형이라도 말이다. 느리고 번거롭고 더 비싸기까지 한데 책이 필요할 때마다 부러 찾아주는 사람, 그 한명 한명은 지극히 소중하고 또 대단히 희박하다. 5년이 지났어도 100명 근처도 못 간다. 하나의 책방을 살리는 데 어마어마한 숫자가 필요한 게 아니다. 책을 읽고 사는 한 사람이 단골이 되면 하나의 공간이 살아난다.
4주년 캐치프레이즈는 ‘꾸역꾸역 4년’이었다. 1년 더 버텼을 뿐 반전은 없다만 올해는 ‘할 만큼 했다’는 투정을 멈추고 찬찬히 5살 서점의 소망을 생각해본다. 최저임금을 받겠다는 원대한 목표는 잠시 제쳐놓는다. 요가원이 되면 좋겠다는 골골거리는 중년의 희망 사항도 접어둔다. 다섯살이면 어리디어리건만 책방 동네선 할머니 취급도 받는다. 그만큼 버티기 힘든 현실이다. 마그는 해맑은 다섯살이고 싶다. 매일 세상이 즐겁고 신기한 아이처럼 발랄하게 책을 더 사랑할 방법을 궁리하고 싶다."
👉기사보기 |
|
|
새마을떡방앗간
늙어 꼬부라는 졌지만 아직도 정정한 늙은이와
풍 맞아 한쪽이 어줍은 안주인과
대처 공장에 나갔다가
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치고 돌아온 아들과
젊어 혼자 된 환갑 가까운 큰딸이
붉은 페인트로 새마을이라 써놓은
무럭무럭 훈김이 나는 미닫이문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뽀얀 절편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송진권 시집 <원근법 배우는 시간>(창비)에서 |
|
|
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 반복적으로 전달되다보니 반올림(#)책이 스팸메일이나 프로모션함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전자우편 서비스에서 반올림책 bookbang@hani.co.kr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시면 반올림(#)책을 더 쉽게 챙겨볼 수 있습니다. |
|
|
<한겨레>를 정기구독하시면, 매주 토요일 아침 충실하게 만들어진 북섹션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후원회원 '벗'으로 함께해 주시면,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