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아들에게 돌봄을 가르치고 싶어 아기 인형을 사줬더니 그걸로 칼싸움을 하더라, 반대로 딸에게 자동차를 주었더니 그걸 포대기에 정성스레 싸서 업어주고 있더라는 이야기….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남자아이가 ‘싸움 놀이’를, 여자아이가 ‘엄마 놀이’를 선호하는 건 인간에게 내재한 생물학적 본능일까 아니면 양육(사회화)의 결과일까요? 

 <차이에 관한 생각> 지은이 프란스 드 발은 동물 연구를 40여년 동안 해온 영장류학자답게 우리의 조상이자 가까운 친척뻘인 영장류와 비교 연구를 통해 성차를 파악하고자 시도합니다. 과연, 그가 확인한 결론은 무엇일까요? 

2050년 우리의 점심 식탁을 상상해 보셨나요? <어떻게 먹을 것인가> 저자 캐럴린 스틸은 30년 뒤 식탁을 이렇게 그립니다. “인구가 넘쳐나는 미래의 과열된 도시에서는 기존의 식품 공급업자가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영국인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것이다.” 과장된 디스토피아라고만 치부하긴 힘듭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과 사막화, 수확 실패 등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니까요. 

 그러나 저자는 음식에서 희망의 그림자를 봅니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세계와 묶어주는 이 (음식과의) 관계는 결국 인류의 가장 큰 희망이다.” 음식을 생산하고 운반하고 거래하고 요리하고 나누고 가치 매기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가 사는 풍경과 도시, 가정, 직장, 사회생활 및 생태 발자국까지 변모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으로, 그의 죽음은 하나의 나, 심지어 가장 행복한 나, 즉 “단 하나의 분인의 힘으로 (고통과 환멸의 관계 속) 여러 다른 분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게 했던 나를 잃는 일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에 <인생의 역사>로 돌아왔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전 국민이 상실과 울분을 호소하는 시기에 당도한 그의 문장은 유가족의 아픔을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합니다. 신형철은 ‘장례식 블루스’(W. H. 오든)에 대한 시화(詩話)를 통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합니다.임인택 책기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신형철과 나눈 짤막한 대화도 들려줍니다.  

‘시진핑 1인 통치’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 특히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대다수가 곧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강대국이 된다는 기대와 자부심으로 가득할까요?

 이 질문에 힌트가 되는 책이 있습니다. 2020년 중국 청년들이 열광해 20만부 이상 팔린 <방법으로서의 자기> 입니다. 저자인 인류학자 샹뱌오는 이 책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왜 꼭 국가적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하나요?”, “중국 담론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자기 생활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거대한 국가와 민족의 모자를 눌러써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거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책이 이토록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청년의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기 때문이겠지요? 

 <주변의 상실>은 <방법으로서의 자기>와 샹바오의 각종 인터뷰·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한 ‘중국통’ 박민희 논설위원의 서평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