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만해 한용운(1879~1944)의 ‘님의 침묵’이 집필된 지 100년 되는 해입니다. 1925년 여름 만해는 강원도 백담사의 오세암에서 두달 남짓 만에 ‘님의 침묵’ 연작시 88편을 완성했습니다.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쓴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전 2권)는 한국 근대문학의 일대 성취인 이 시집의 시들을 만해 사상의 지평에서 해설하는 책입니다. 도올의 해설 속에서 만해의 시는 역사적 핍진함과 형이상학적 웅혼함의 날개를 펴고 날아오릅니다.
만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만해를 잘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승무’의 시인이자 ‘지조론’의 저자인 조지훈은 만해를 “혁명가와 선승과 시인의 일체화”라고 말했습니다. 또 만해의 올곧은 삶을 두고 이렇게 평했습니다. “포악한 일제의 발굽 아래 비틀어진 세상에 국내에서 끝까지 민족정신의 지조를 지킨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 많지 않음 속에서도 진실로 매운 향내의 면에서 능히 선생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분은 없다.” 만해의 시 세계를 통관하려면 먼저 만해 정신의 성장 경로를 따라가 보아야 합니다. 만해 사상의 바탕은 유학이라는 전통사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만해는 어린 나이에 ‘자치통감’을 독파하고 ‘서경’에 통달하는 신동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19살 때인 1897년 만해는 무작정 집을 떠났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인생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만해는 백담사와 오세암을 오가며 불교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갑니다.
🐟<동경대전>은 근대 한민족을 깨운 동학의 1대 교조 수운 최제우(1824~1864)가 쓴 경전입니다. 수운이 써서 해월 최시형에 전한 초판 원고로 만든 목활자본을 도올 김용옥이 구하자마자 번역·해설한 책이 도올판 <동경대전1,2>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도올은 이분법적 서구 신관(神觀)을 뒤집어엎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에서 만해는 사람이 허망한 자기의 육체를 위하기 때문에 갖가지 물욕이 생겨 본심을 가리게 된다고 경책합니다. 이 책은 중국 고전인 홍자성의 <채근담>으로 만해가 강의한 것을 묶었던 <정선강의 채근담>이란 책에서 효림 스님이 만해의 문장을 뽑아 옮겨 펴낸 것이다. 김광원 박사가 쓴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는 시로 농축된 만해의 깨달음을 펼쳐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