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
지난 17일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문 중 일부입니다. 소감문 전체가 좋았지만 저는 특히 이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담담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이 문장들이 좋았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작가님도 좋아한다니 작가님이 먼 사람이 아니라 정다운 이웃처럼 가깝게 느껴졌거든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책지성팀은 그 어느때보다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한강 작가 관련 기사를 준비했는데요.
한강 작가 작품을 읽고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을 위해, 한강 작가와 인연이 있는 작품 네 개를 엄선해서 임인택 기자가 소개합니다. '한강'이 흘러 '한국문학'이라는 바다로 더 많은 독자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또 하나의 기사는 <한겨레>에 비친 한강의 문학 여정 30년을 돌아보는 기사를 최재봉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1995년 7월26일자 신문에 실린 한강 작가의 20대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겨레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가 책지성팀 기자들과 함께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독서모임을 엽니다. 보름에 한 권씩 책을 읽은 뒤 책기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요. 늦기 전에 신청 서두르세요. 신청하기: https://url.kr/laq3bi
한 주가 또 시작됩니다.
한강 작가님이 말한 것처럼
두 발로 뚜벅뚜벅 걸으며 이 가을을 만끽하고,
좋은 책들을 책장에 꽂아놓고 흐뭇한 미소도 짓고,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그런 하루하루 만드시길 빌게요.
양선아 책지성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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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 인터뷰에서 "한국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했습니다. 다독가인 한강이 인상 받은 그때그때 소개한 작품은 적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한 시기 귀한 인연으로 작가에게 각인된 작품을 임인택 기자가 엄선해 다시 읽어봤습니다
첫번째 책은 작가 임철우의 첫 소설집 <아버지의 땅>입니다. 한강은 <아버지의 땅>을 중3인 15살에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이 소설집에 들어있는 단편 '사평역'을 계기로 자기 "나름의 방식을 가진 소설을 언젠가 쓰고 싶다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두번째 책은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상징이던 작가 최인호의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입니다. 그는 작가 한강이 첫 직장으로 다닌 출판사의 단골 문사였는데, 암 투병 중 쓴 장편이 이 책입니다. 한강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처절한 정직성으로 움켜쥔 소설. 평생 동안 맨 앞에 두었던 소설이 그를 끌고 나아간 순간들의 기록"이라고 말했습니다.
세번째 책은 미국 여성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긴 호흡>입니다. 한강은 부친에게 새해 인사로 이 책을 동봉하며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썼습니다.
네번째 책은 안토니오 타부키의 <인도 야상곡>입니다. 2022년 문학잡지 '악스트', 정용준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제가 좋아하게 된 작가"라며 "도장 깨듯이 번역되어 나온 것들 다 찾아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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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기자가 <한겨레> 기사에 비친 한강의 문학 여정 30년을 돌아봤습니다.
한강에 관한 기사가 <한겨레’>에 처음 실린 것은 1994년 11월이었습니다. 1993년에 시로 먼저 등단하고 이듬해에는 신춘문예에 소설로 다시 등단한 그가 등단 첫 해에만 무려 여섯 편의 단편을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1995년에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이 나왔을 때에는 이례적으로 문화면 머리기사로 다루었습니다. 당시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위해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한 한강 작가에게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어둡고 슬픈 이야기를 쓰는가’ 하고 물었더니, 그 답이 이러했습니다. “어둡고 슬픈 게 좋지 않아요? 전 제 소설을 읽은 사람이 슬펐다는 독후감을 들려줄 때가 제일 좋아요.” 한강 작가의 이 말은 인간의 고통와 슬픔에 공감하고 그것을 시적인 문체와 미학적 틀에 녹여내는 한강 문학의 핵심을 담은 대답이었습니다.
한겨레는 그 뒤로도 한강이 내는 거의 모든 책들을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특히 주목한 것은 물론이죠. 30년 세월에 걸쳐 한강이 발표한 작품들과 그에 대한 한겨레의 기사를 일별해 보면 ‘한강의 노벨상 여정 30년’이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에 관한 기사에서도 한강에 관한 언급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18년 한승원 작가가 산문집을 내고 기자들과 만났을 때, “저는 제 자식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슬픈 눈빛을 지니라고 당부합니다. 그 눈빛으로 자신만의 풍경을 창조하라고요.”라고 한 말에서 오늘날 한강의 소설들이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는 비밀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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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백남준….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입니다. 모두 남성 미술가들이죠. 한국의 미술가를 정리한 책이나 작업에서도 여성 미술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드뭅니다. 여성 미술가가 실제로 드문 걸까요? 아니면 여성 미술가는 많지만 재능있는 미술가는 드문 것일까요?
여성 연구자들로 이뤄진 현대미술가 연구 모임인 ‘현대미술포럼’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서 105명의 근현대 여성 미술가를 찾아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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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조각, 설치 등 미술의 전 영역을 탐색해 본 결과, 각 분야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던 여성 작가 수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있었다>는 나혜석, 천경자 같은 유명 작가부터 요즘 엠지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김보희 작가까지, 대중적 그림으로 사랑받았던 김점선 작가부터 전위적이고 전복적인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까지 총망라해 여성 미술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공간, 한국전쟁, 군사독재 등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살아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예술혼들이 한 편의 대하 드라마처럼 남습니다. 무엇보다 작가당 3점씩 실은 도판 덕분에 제대로 ‘눈호강’을 할 수 있습니다. 자기표현과 시대표현이 응축된 작품들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체험하는 기회를 누려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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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을 집대성한 사람을 정약용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정작 정약용은 실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실학이란 무엇이며, 국사 교과서에 이름을 올렸던 실학자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이경구 한림대 한림과학원 교수의
<실학, 우리 안의 오랜 근대>는 오랜 세월 실학이라고 불렀던 학문의 정의와 흐름을 역사적 관점에서 정리한 책입니다.
실학이란 용어는 14세기초부터 적잖이 통용됐습니다. 당대 통용된 실학이라는 용어는 “진실한 학문 정도의 보통명사”인데 “거짓 학문인 불교에 반대되는 유학 또는 성리학”이었습니다. 15세기 이후에는 “문장 공부에 반대되는 경학”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였고, 16세기 이후로는 “군주의 성학, 공허한 담론에 반대하고 실천과 실용을 중시하는 경세학”이라는 의미가 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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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학은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며 ‘시대 인식’을 달리하는 방편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실학은 18세기 이후부터는 “실천-실용과 관련한 의미가 확돼”되었고, 19세기 중반 이후 일본에서 실학이 서양의 과학을 지칭하면서 그 의미는 한층 좁아졌습니다.
이 책은 특정 장소와 시기에 고착화된 실학에 대한 낡은 관념을 배제하고, 시대와 사회를 직관케 하는 ‘진실’과 ‘현실’에 복무한 일관된 사상으로서의 ‘실학’을 여실하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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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은 고백을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나면 ‘오늘부터 1일’이 시작됩니다. 관계가 공표되고 모종의 결말(결혼)을 곁눈질하면서 사귀기에 들어가죠. 100일을 기념하고 1000일을 기념합니다. 기념일을 잘 챙기는 어떤 연예인은 3000일도 기념했다고 하네요. 어휴 8년이네요. 이렇게 한 사람과 오래 사귀는 연애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연애’입니다.
그런데 미국 하버드대 비교문학과 교수 모이라 와이글은 책 <사랑은 노동>에서 이런 ‘일대일의 독점적 장기간 연애’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풍요’로우면서도 ‘종말 감각’이 지배하던 사회적 분위기의 1940년대에 등장했다고 해요. 이때는 역동적 구식화(구제품과 조금 다른 신제품을 내어 판매를 촉진)가 등장하고 청소년들도 데이트할 돈이 있을 만큼 풍요로우면서, 핵전쟁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때였다고 합니다. 미국 책이지만 한국의 연애·데이트 문화 분석에도 찰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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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로부터 266일. 초음파 사진 속 작은 점과 미약한 태동으로 존재를 드러내던 아기가 실제 부모의 눈앞에 등장하는 데 통상 걸리는 시간입니다. 결코 짧지 않은 이 시간을 부모는 기쁨 속에서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기다림은 고통이 됩니다. 아기의 뒤집기, 앉기, 서기, 걷기가 늦어지면 부모는 불안에 떨고 어느새 ‘아이의 느림=아이의 잘못’이 되지요. 그림책 <우리를 기다려 주세요>는 느림을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호소를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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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것으로 유혹하며, 다시 책으로
책이 있는 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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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있는글터의 시작은 초라했습니다. 1992년 가을, 겨우 몇십 권 정도 책을 펼쳐놓고 독자를 기다렸으니 서점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기도 서점입니다’라는 자작시를 걸어두고 일주일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시집 한권 팔아 마침내 서점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70여평의 문화공간을 포함해 모두 4개 층을 사용하는 충주 최대의 서점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삼십년 넘게 꾸준히 단골로 남아 계신 분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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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 방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 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
겨울까지 익혀왔다 이 방에서 지내는 법을
북향 창 블라인드를 오히려 내리고 책상 위 스탠드만 켠다
차츰 동공이 열리면 눈이 부시다 약간의 광선에도
눈이 내렸는지 알지 못한다 햇빛이 돌아왔는지 끝내 잿빛인 채 저물었는지
어둠에 단어들이 녹지 않게 조금씩 사전을 읽는다
투명한 잉크로 일기를 쓰면 책상에 스며들지 않는다 날씨는 기록하지 않는다
밝은 방에서 사는 일은 어땠던가 기억나지 않고 돌아갈 마음도 없다
북향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빛이 변하지 않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최근 시, 계간지 <문학과사회>(147호, 2024년 가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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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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