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한강이에요!” “뭐라고요? 정말?” 후다닥 후다닥…. 10일 오후 8시 한겨레신문사 6층과 7층 편집국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목요일에 책면 기사를 마감하는 책팀 기자들이 기사 마감 뒤 뜨끈뜨끈한 서더리탕 국물로 속을 데우고 신문사로 돌아온 직후였습니다. 문학 담당 임인택 기자는 수상자가 한국 작가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 경우, 한국 작가일 경우, 무라카미 하루키일 경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각각에 따른 기사 계획안을 올려놓았었지요.
한국 작가의 경우 김혜순·한강·황석영 작가까지 후보군으로 올려놨지만, 솔직히 한강 작가가 이번에 상을 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신문 1면부터 3면까지의 기사를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과연 마감시간 내에 기사를 쓸 수 있을까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하필 30여년 동안 문학을 담당해온 최재봉 기자가 몸이 아픈 상황이었습니다. 피를 말리는 시간 압박 속에서 책팀 모든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저도 문학·출판계의 반응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습니다. 이현자 문학동네 편집국장의 목소리도,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의 목소리도 감격에 겨웠습니다. 한국 문학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밤늦은 시간의 편집국은 들뜬 분위기였고 다수의 기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새벽 1시 넘게 일했지요. “이런 역사적인 순간이 이렇게 불현듯 다가올 줄이야… 정말 인생은 예측 불가능이에요. 고생은 했지만 이 순간을 기록한 기자가 되다니 두고두고 추억하게 될 영광스러운 시간이네요.”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다시 한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양선아 책지성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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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대한민국이 노벨 문학상을 가진 나라가 되길 얼마나 기다려왔던가요. 세종대왕이 위대한 문자를 창제하고, 백범 김구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나의 소원’)이라고 했으나, 사실 아주 오랫동안 노벨 문학상은 그들의 상찬이었습니다. 한국 문학은 2024년 10월12일 저녁 8시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입니다. 작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 전후입니다. “한국 문학작품과 함께 자랐다”고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 공표하기 전후입니다.
국내 최초 노벨 문학상, 아시아 최초 여성 노벨 문학상, 121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다섯번째로 젊은 작가…. 이건 일부의 결과일 뿐, 한강이 독보적으로 열어 보인 문학의 길은 집요한 ‘시적 언어’요, 지독한 ‘겨울의 언어’입니다. 한림원의 “인간 삶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란 평가와 닿아 있지만 부족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기까지 한강의 문학적 발원을 좇다 보면 마주치는 ‘시린 겨울’이 평가에선 적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책지성팀이 스웨덴 한림원도 알지 못할 작가 한강의 시원을 거슬러 가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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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첫 소식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특히 주목한 작가 한강의 작품 목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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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으로 케이(K)팝 전성시대입니다. 관련 담론과 책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케이팝 작품 자체를 파고들기보다, 케이팝을 둘러싼 산업론, 마케팅론, 미디어론, 사회학 이론 등 주변 담론이 대다수입니다. 의미 있는 것들이긴 하나, 변죽만 울리다 보면 중심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법이죠. 그 갈증을 풀어줄 책이 나왔습니다. 노마 히데키의 책 <K-POP 원론>입니다. 저자는 케이팝을 “좁은 극장을 부수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없애며 24시간 지구상을 극장화하고 때로는 손바닥 안 조그마한 디바이스(스마트폰)까지 극장으로 만”든 ‘21세기의 지구형 공유 오페라’에 빗대며 ‘케이아트’로까지 확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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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돌이 춤을 출 때의 대형의 움직임과 그래픽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한글에 관한 책 <한글의 탄생>을 펴내기도 한 저자의 노랫말 분석이 재밌습니다. 케이팝은 ‘성문폐쇄’와 ‘후두의 긴장’을 특징적으로 사용하고, ‘종성의 초성화’ 등의 한글의 특성에 의해 노랫말이 창조적으로 변합니다. ‘꽃’[꼳] 뒤에 모음이 오면 ‘꽃이’[꼬치] [꼳치] [꼬시]가 되는 현상입니다. 원래 화가이기도 한 저자는 케이팝으로 21세기 문인화도 그립니다. 뮤직비디오를 분석하면서 연결한 정보무늬(QR코드)는 400개 이상입니다. 부록으로는 상황별·취향별 추천 뮤직비디오 843편을 엮었습니다. 그야말로 ‘이 한 권으로 케이팝 마스터!’를 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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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언론 기사는 노벨 문학상에 관한 것과 노벨 문학상에 덜 관한 것 둘로 나뉜 듯합니다. 문학에 관한 뉴스라면, 죄다 노벨상 관련이라 하겠지요. 하지만 이번 주도 좋은 소설책, 시집은 어김없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흔치 않은 형태의 기획 소설집인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를 소개해드립니다. 캐나다와 한국 작가 여덟 명이 울력한 앤솔로지입니다.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돌(2023년)을 기념한 기획물(와우컬처랩)로, 작가들은 지난해부터 구상 집필했습니다. 책 한 권에 직조된 세계가 넓습니다. 전 세계 1200만부가 팔린 소설 <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을 위시로 하여, 리사 버드윌슨·조던 스콧·킴 투이와 한국의 김멜라·김애란·윤고은·정보라 작가가 천연색으로 두 사회를 횡단하고 연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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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에선 볼 수 없으나, 수교보다 더 오랜 양국의 인연이 당초 문학을 통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 YMCA 선교사로 1888년 조선 땅을 밟은 제임스 게일(1863~1937) 덕분이죠. 한국 최초 ‘한영 사전’을 간행(1897)한 이로 적이 알려져 있는데, 한국 문학작품을 처음 서구에 번역 소개한 이로 먼저 소개되어야겠습니다. 미상의 한국 시 한 편을 번역해 ‘Korean Repository’(한국의 보고)에 1895년 발표했으니, 내년으로 130돌이 됩니다. 이후로도 이규보의 시, ‘구운몽’ ‘옥중화’ 등을 서구에 보급했지요. 영국 출신 번역가 안선재 명예교수(서강대)는 “(게일, 조앤 사벨 그릭스비 등) 사소한 예외를 제쳐준다면, 1971년까지 외국인이 번역한 한국문학 책이 한 권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니, 그 존재가 귀합니다. 다만, 게일은 친일 성향이라, 명암이 뚜렷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란 명제는 난망한 과제입니다. 윤리로 물리를, 정념으로 정세를 넘어서는 일이니까요. 자유주의 신학자 게일도 못한 일인 셈이죠. 이번 앤솔로지에 참여한 킴 투이는 베트남 보트피플 출신이고, 조던 스콧은 말더듬이 시인입니다. 윤고은의 흥미로운 단편 ‘테니스나무’ 등까지 앤솔로지 안에선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 경계와 경계가 교차하고, 마침내 과거와 미래가 절묘히 교차하고 있으니, 제목마따나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입니다. 함께 기억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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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한 식단 실험. 10명에게는 ‘초가공식품’ 식단, 10명에게는 ‘자연’(비가공) 식단이 주어졌습니다. 초가공식품 식단은 다이어트 레모네이드와 스팸 샌드위치, 자연식품 식단은 닭가슴살을 곁들인 시금치 샐러드, 사과 슬라이스, 데친 밀을 말린 뒤에 빻아 만든 시리얼, 해바라기씨와 포도 식이었습니다. 한정 없이 먹는다는 조건이었는데요, 더 많이 먹은 팀은 어디일까요? 초가공식품이란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고 표준의 가정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성분이 한 가지라도 들어 있는 식품”을 말합니다. 위의 실험에서 음식을 많이 먹은 팀은 초가공식품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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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이 먹었을까요? 맛있어서? 영국 의사인 크리스 반 툴레켄은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에서 초가공식품의 공통점이 ‘부드러움’이라고 합니다. 분해한 뒤 재조합 과정을 거치므로 “이미 씹어서 나온 것”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장에 도착한 음식이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음식을 다 먹게 되고 배는 여전히 고파서 계속해서 먹게 됩니다. 이외에도 초가공식품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파괴, 빈부격차, 글로벌 착취, 기후위기 등의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자주 사는 식빵의 원재료 표시를 읽어보았습니다. 야자경화유, D-소비톨액, 락틱스타터, 곡류가공품, 스테아릴젖산나트륨, 글리세린에스테르, 폴리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유화제… 책은 공포심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비만으로 고민하는 것이 우리 때문이 아니라고 위로해줍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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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등단 25년·첫 작품집 20년
소설가 편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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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편혜영은 내년 등단 25돌을 맞습니다. 첫 작품집이 나온 지는 20년이 됩니다. 그사이 그는 일본번역대상(2018, 2019), 독일 리베라투르상(2020),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2020) 후보에 올랐고, 2018년 셜리잭슨 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신춘문예 등단 뒤 한동안 청탁도 받지 못한 작가의 드물지 않은 서사를 편혜영도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도 사무원 생활은 계속되고 청탁은 여전히 없었다. 다시 일 년쯤 지나 역시 소설을 못 쓰려나 보다 생각할 즈음 청탁이 왔다. 그 무렵 구독하던 과학 잡지에서 본 기사를 토대로 맨홀에 사는 아이들 이야기를 썼다. 누군가 읽어주리라는 확신이 없어서인지 오히려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써나갔다.”
작가의 고백입니다. 저 소설이 신춘문예 등단작과 같은 작가인가 상상도 할 수 없이 변모해 있던 단편 ‘아오이가든’입니다. 표제작으로 담긴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의 얘기 지금 들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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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편혜영이 한겨레 독자를 위해 그밖의 작품도 꼽았습니다. 왼쪽부터 첫 장편소설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2012), ‘아오이가든’을 출간 후 깊이와 넓이를 두고 고민한 <사육장 쪽으로>(문학동네, 2007), 다시 소설을 쓰지 못할 듯 낙담한 상태를 넘어서며 쓴 <홀>(문학과지성사, 2016), 일상적 차원의 미스터리를 구현하고자 한 <어쩌면 스무 번>(문학동네, 2021)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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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마정리 312-1
🔗brunch.co.kr/@sangeonhancom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속도에 맞춰 생각을 정리하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과 가까이한다는 것은 책의 물성이 주는 편안함에 녹아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종이의 부드러움, 단정한 활자가 주는 안정감, 활자와 삽화의 배치와 눈을 즐겁게 만드는 장식과 책을 싸고 있는 표지의 화려함 혹은 견고함과 같은 미적 요소들이 바로 그 요체이다. 잘 만들어진 책은 공예품과도 같아서 좋은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다. 노마만리는 오늘도 책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책의 향기로 가득 찬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한상언 노마만리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영화사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이게 노마만리 서점의 은막을 걷어보는 첫번째 단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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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오케이 -Nice to CU
왕년에 껌 좀 씹어봤다는 듯이, 그리고 아무런 할 일이 없지만 아무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듯이, 어쩌다 보니 오늘은 날이 맑지만 내일도 맑을 거라고 장담하지는 않을 작정이며, 한동안 재미 볼 수 있지만 조만간 쓴맛을 보게 해줄 수도 있다는 듯이 보이는, 이글거리는 현실의 열기 속에, 나는 서 있었다. 무지막지한 뙤약볕과 그늘 따라 흐르는 바람의 경공술. 나는 슬리퍼 끌고 담배 사러 간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스스로에게 당부할 수 있고, 실제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무언가 괜찮지 않다고 여겨질 때조차 모든 게 괜찮을 수밖에 없을 만큼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말할 가치가 없으며, 모든 게 폐허고, 모든 게 푸르고, 모든 게 알 수 없는 부름이며, 모든 게 끝없이 열리며 이름 모를 새들을 태어나게 할 뿐이라는 듯이 눈부시게 빛나는 정오의 하늘을, 찡그린 눈으로 올려다보며. 청천벽력의 타는 연기로 피어오르는 내 머리가 비치는 편의점 유리문 앞에서.
📖 서대경의 최근 시, 문예 월간지 <현대문학>(9월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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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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