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서점을 생명처럼 여겼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살려보려고 몸부림치며 갖은 방법으로 애써 왔지만, 더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해 결국 30여 년 영업을 종료하게 됨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대전 지역 서점 계룡문고가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영업 종료 안내문에는 이동선 대표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 읽은 이를 더 마음 아프게 합니다. 한 대전 시민은 소셜미디어에 “대전은 사람을 살리게 하는 산소통 하나를 이렇게 잃는다”라고 썼더군요. 그 공간을 사랑했던 시민에게는 단순히 서점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들 때마다 찾던 공간, 추억의 공간, 또 문화 지식네트워크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가운데 사양산업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서점이 가진 잠재력과 가치가 큽니다. 서점은 그 지역 공동체의 취향과 지식과 삶이 교류하는 장소이며, 출판 산업의 혈관과 같고, 문화 다양성의 기반이기 때문이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지역서점 정책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현장의 요구(needs)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내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에서 지역·지역 기관·독자를 이어주던 ‘지역 서점 상생협력 사업’ 예산이 또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서점이 키워온 풀뿌리 문화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죠. 문화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의 지속성도 중요한데, 이렇게 매년 호떡 뒤집듯 정책을 바꾼다면 어떻게 독서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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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최근에는 자신이 설립한 ‘인생학교’와 공저 형태로 꾸준히 책을 내고 있습니다. 새로 번역돼 나온 <현대 사회 생존법> 역시 그와 인생학교가 같이 썼네요. 이 책에서 보통은 단언합니다. 현대의 삶은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질병이라고요. 그는 소비, 일, 매체, 사랑, 바쁨, 과학 등으로 분야를 나누어 그 각각의 영역에서 현대 사회의 어떤 특징들이 현대인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지, 그런 질병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근조근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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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이 다름 아닌 ‘행복’이라는 주장이 놀랍습니다. 보통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죠. “현대의 공식 종교는 행복”이라고 보통은 단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비참할 자유”와 “침울할 권리”가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남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어디까지나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는 생각에도 그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흔히 고독을 실패자나 외톨이의 저주라 여기곤 하지만 사실 고독은 깊은 내면과 높은 이상의 표지일 수 있다는 것이죠.
행복과 성공, 완벽주의처럼 현대 사회가 떠받드는 가치들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매우 바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쁜 사람들이 사실은 게으른 것이라고 보통은 일갈합니다. 바쁘게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차분히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여유를 찾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바쁜 사람들이 사실은 가장 게으른 것이라는 게 보통의 반어적 단정입니다. 이렇듯 도가나 불교 같은 동양적 사유를 닮은 통찰로 보통은 현대의 위기를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될 조언과 위안의 말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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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디토’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교복 자율화 세대이면서도 뮤직비디오를 보며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비슷하게 대만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대만에 살지도 않았으면서요. 티브이엔(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을 표방하고 있어요. 이 문장이 적효한 듯합니다. 바로 노스탤지어의 감정이지요. 대상을 경험했든 경험하지 않았든, 감정은 비슷합니다. ‘애틋하고 감상적이 된다. 시리도록 그립다.’
1930년대 뉴욕의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한 <매드맨>이라는 드라마에서 본능적 전략가 돈 드레이퍼는 ‘사람들의 감정을 북돋아 상품을 파는’ 전략을 설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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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들은 베테랑 카피라이터는 “노스탤지어는 오래된 상처로 인한 통증이라는 뜻”이라며 “기억 자체보다 훨씬 강력한 가슴 저릿한 통증”이라고 말합니다.
노스탤지어의 사전적 의미는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지난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한국어의 번역은 ‘향수’입니다. 영국의 감정사학자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는 <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는 ‘노스탤지어’라는 단어의 전기입니다. ‘그’는 기구한 운명 속에서 태어나 의미가 극적으로 변화는 시기를 겪고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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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등단한 김금희 작가의 첫 역사소설입니다. 제목만으론 좀 밋밋했습니다. 식물 좋아하는 작가가 예측을 허락하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랄까요. 분량도 무려 419쪽. 김 작가의 작품 가운데 가장 깁니다. 꼼짝없이 이틀 밤은 걸리겠다 했는데, 웬걸요,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되감아 읽길 몇 차례, 그간 작품에선 잘 볼 수 없던 김금희의 문풍 세 가지가 추려집니다.
먼저 분량에 관해서라면, 작가 스스로 말하길, 어떤 전작보다 “폭넓고 긴 시간대”를 소설은 건넙니다. 보통 표현하길 ‘스케일’인데, 여기선 스케일보다 이 시간을 관통한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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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부터 2023년까지 아우르는 팩션이니만큼,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의 그늘이 현재까지 드리워져 있습니다. 허구인데 허구일 리 없어 보입니다. 서사의 힘이겠지요. 더불어 작가는 추리의 양식을 덧댔습니다. 반전이 몇 차례였을까요. 인물별로 소소한 반전까지라면 굳이 세지 마세요. 이런 특징을 무기 삼아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서울 창경궁에 위치한 대온실 보수공사를 맡는 바위건축 사람들의 이야기를 터파기 삼아, 대온실을 지은 이, 대온실 건립 전후부터 일대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쌓아 올립니다. 실상 ‘출토’되길 기다려온 바닥의 이야기이죠. 창경궁 식물원 설계자인 후쿠다 노보루, 2023년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 작성 업무를 맡게 된 30대 중반 여성 강영두, 섬 출신 영두가 중2 때 서울로 잠시 유학 와 신세 졌던 창경궁 옆 낙원하숙 주인할머니 안문자 셋의 삶이 얽히고설킵니다. 조각조각 상이한 개인사로 큰 형상을 구체화하는 모자이크가 바로 역사라는 게 김금희의 세공으로 잘 감각되는데, 그 형상은 슬프고도 다감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진짜 미덕은 서사도, 살가운 유머도, 소설의 맛을 더한 갖가지 삽화들도 아닙니다. 이야기는 기억되고 전수되어야 한다는 인물들의 반복적 태도, 즉, 이야기도, 숨도 잇고 이어져야 하리란 애절함, 하여 상처도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 묻는 작가의 태도랄까요. 사력을 다한 그 다감함이 올해의 소설 중 하나로 벌써 ‘기억’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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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구들은 남북접 동학군의 1894년 공주 점거투쟁에 대해 전봉준 등 ‘남접’ 중앙지도부가 호남 농민군의 혁명적 폭력을 동원해 농민전쟁을 도모한 사건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죠. 이른바 ‘농민전쟁론’입니다. 이는 낡은 분석방법이자 역사상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는 책이 나와서 눈길을 끕니다. 바로 지수걸 공주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의 <1894년 남북접 동학군의 공주 점거투쟁>입니다. 농민전쟁론에 따르면, 남북접 동학군은 ‘농민군’ 혹은 ‘혁명군’으로 그 정체성이 제한되고, 이들의 공주 점거투쟁은 당시 객관적인 조건이나 부족한 주체 역량에 의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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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동학군의 정체성을 동학의 종지(宗旨)인 ‘광제창생(廣濟蒼生),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실천하기 위한 ‘일종의 결사이자 집회 시위군중’으로 바라보면서 이들의 투쟁을 19세기 후반 조선의 정치문화를 반영한 도회이자 의거였다는 관점으로 보게 되면, 이는 조선왕조 역사의 큰 흐름을 대파국의 서막이자, 길게 보면 결국은 승리한 투쟁입니다. 지수걸 교수의 저작은 이같은 신선한 시각을 촘촘하게 증명해내면서 동학이 “오늘날에는 근대를 넘어서는 정치적 상상력의 보물창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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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굉장히 많이 바빠지고 쉬지 않고 일을 하지만, 정작 일은 끝내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메신저와 이메일에 바로바로 답하고, 크고 작은 회의에도 모두 참석하고, 야근에 휴일근로까지 하지만, 왜 일이 끝나질 않을까요? 혹시 일을 잘하려면 더 바빠지고 더 많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쉼없이 많이 일을 한다는 게 일을 잘하는 증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슬로우 워크>는 이런 생각의 허를 찌르며 정반대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즉, ‘느리게 일할수록 생산성이 는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출신 공학자인 지은이는 지식 노동자들이 눈에 보이는 쉬운 일로 노력을 인정받으려는 태도를 지적하며, 일터에 만연한 ‘유사 생산성’ 대신 ‘슬로우 생산성’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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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업무량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하고, 일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세가지 원칙도 제시합니다. 일의 양은 줄이되 질은 높이는, 그래서 가짜 생산성이 아니라 진짜 생산성을 높이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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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만큼 아이들을 바로 까르르 웃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똥’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구분짓는 경계석이 되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재밌다’며 더 해달라고 조르겠지만, 청소년은 ‘더럽다’며 그만하라고 인상을 쓰겠지요.
그런 점에서 <슈퍼 똥쟁이>는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을 까르르 웃게 할 책입니다. 책은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동물들의 똥 이야기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서 똥을 누는 동물, 무려 10미터나 똥을 날려 보낼 수 있는 동물, 정사각형 모양의 똥을 누는 유일한 동물, 다른 동물의 오줌과 똥 위에서 몸을 굴리는 동물…. 벌써부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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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 새로운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던 그해 10월의 마지막 날, 그저 “고양이를 테마로 한 것들(책, 그림, 사진, 굿즈)이 넘쳐나는 콘셉트의 한옥 공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에 덜컥 책방 ‘책보냥’을 열게 되었다고 하네요.
책보냥은 고양이에게 읽어주는 책, 길고양이들의 권법 사진책, 음양오행에 바탕을 둔 고양이 마사지책, 그리고 고양이가 주인공인 수많은 소설, 에세이, 시, 그림, 사진 등 고양이와 관련한 책들이 대부분이며, ‘고양이-반려-동물-비건-환경-지구 사랑’으로 조금씩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통한 마음의 치유를 뜻하는 ‘냥테라피’를 모토로 하는 따뜻한 책방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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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 고故 허수경 선생님께
우리가 저마다 홀로 길을 떠나야 해서 밤마다 서러운 소리를 해도, 홀로라는 것은 언제나 둘을 부르는 것이어서 아주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길 위에는 만남이 있고 그 만남 끝에는 먼지와 검불, 재가 내려와 덮이는 온전히 시간이라고도 공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차원이 있고, 그 만남 끝에는 당신이라는 말이 있고 그 말은 아리고 쓰라린 것이기는 하지만…… 그 말에는 언제나 집이 있습니다 어느 날 지나온 집을 떠올리며 나라는 것은 없고 나라는 것은 단지 과정이구나, 나는 머물 집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북받치는 것이 있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뒤돌아 보면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멀어지고 있는 집
📖허수경 시인 타계 6돌 되는 10월, 장이지의 시
월간 <현대시>(올 4월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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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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