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책에서 돌봄노동자에게 ‘(할머니가 잠에서 깨는)몇 번째에 때리고 싶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회나 종례 시간에 자신의 폭력성과 한계에 대해 꺼내 놓고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언제든 노동현장에서 도망가도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인요양원에서 그런 문화와 규정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질병권과 돌봄 사회 의제를 이끄는 단체 ‘다른몸들’에서 활동하는 조한진희 활동가가 ‘돌봄, 동기화, 자유’의 저자인 무라세 다카오에게 물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일본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의 숲’ 무라세 소장은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돌봄 노동자, 돌봄 정책가를 포함한 한국 독자 200여명을 만났습니다. ‘돌봄국제강연’ 시간이었는데, 참여자들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사회 진입 직전에 있어 돌봄이 당면 과제인 이들이 많은 데다 노인요양원이나 정신병원 등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 행태가 많이 알려지면서 ‘자유와 존엄이 살아있는 돌봄’이란 주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앞의 질문에 무라세 소장은 “돌봄을 하면서 생겨나는 폭력성은 돌보는 사람의 인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며 “돌봄자가 돌봄을 하면서 느끼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솔직하게 말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대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사랑이나 헌신, 선의, 배려라는 말로 포장하지 않고, 인간이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비로소 ‘자유와 존엄이 살아있는 돌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양선아 책지성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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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닥쳤는데 털옷을 입어도 거주지에 있어도 견딜 수 없고 먹을 것조차 동났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선택은 명확합니다. 살 곳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지요. 박정재 서울대 교수(지리학)의 <한국인의 기원>은 이렇게 단순명료한 것을 책 전체를 통해 꼼꼼하게 입증합니다.
고인류 역사에서 기후는 이동을 결정하는 첫번째 요인입니다. 기후의 변화를 짚으면서 인류의 이동을 살피면 동쪽 끝 한반도에 모인 유전자를 알 수 있습니다. “주기적인 기후 변화가 한반도의 인구 집단, 이른바 ‘한민족’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하나는 기후를 추적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고대 유전자의 분석을 맞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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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맞춰본 ‘한국인의 기원’은 누구일까요? 한가위에 방영한 ‘세계테마기행’(EBS). 내레이터는 고무공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출신 몽족을 만납니다. 일찍 결혼해 손자가 있는 47살의 고무공장 사장은 손자에게 “맘마”라며 먹이를 줍니다. 내레이터는 “한국어랑 같다”며 반가워합니다. 미얀마의 몽족은 몽골 유래 소수민족으로, 몽골족은 아시다시피 언어의 유사성과 닮은 생김새로 인해 한국인이 유래한 민족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언어적 분석이 들어맞지 않은 건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 대화가 가능한 스페인-이탈리아 등과 달리 언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한국인은 언어가 기원하는 ‘몽골인’보다는 북중국인과 비슷하며,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인과 동질성이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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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선 작가의 독창적인 한국인 탐구 <한국인의 탄생>도 함께 읽어본다면, 한국인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20년 뒤 `신유목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최근 인터뷰 내용입니다. 최근 <플래닛 아쿠아> 한국어판이 출간됐습니다.
🐟기후 변화와 인류 역사·문명의 관계 분석한 박정재 교수의 전작 <기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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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의 예술평론가이자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이 1849년 출간한 <건축의 일곱 등불>은 당대 영국의 건축 현실은 물론, 자본주의를 맹신하는 주류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책입니다. 러스킨에게 건축은 단지 인간의 몸에 봉사하는 사물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건강함, 힘 그리고 즐거움에 기여”하는, 즉 정신적 산물입니다. 그는 ‘서설’에서 건축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불완전하거나 제한된 관행이 행해지는 동안 건축에 뒤죽박죽 들러붙은 편파적 전통들과 도그마”를 폐함은 물론 “건축의 모든 단계와 양식에 적용할 수 있는 저 거대한 올바른 원칙들”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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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력의 결과 만들어진 법칙들은 “지식의 증가나 결함에 의해 공격을 받거나 무효화될 수 없을 정도”의 견고함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러스킨이 정의한 ‘건축의 일곱 등불’은 각각 건축물의 특유함을 보여주며, 끝내 “인간 행동의 전체 지평을 포함”할 정도로 광대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법칙을 도출하기 위해 러스킨은 기독교적 가치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신을 기쁘게 하는 목적”에서 방식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는 “신의 의지는 유한한 권위나 지성이 아니어서 사소한 일들로 교란될 수 없다”면서 건축에 있어서도 “가장 일상적으로 신의 계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경건하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명토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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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중섭(1916~1956)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요? 자문자답 대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라는 수식을 되새겨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쭤봅니다. 그렇다면 화가 이중섭이 하는 말을 들어본 분 계실까요? 그의 구술 기록은 있을까요? 1916년 태생 이중섭은 키 178㎝의 훤칠한 풍모를 자랑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가족의 후원 아래 도쿄 유학까지 마쳤습니다. 사후 평전만 세 종에 이르는, 2016년 열린 대규모 회고전의 제목이 무려 ‘이중섭, 백년의 신화’였던, 그 전후로도 수없이 많은 글과 논고, 심지어 심리분석서까지 불러낸 세기의 예술가. 이쯤 되면 우리는 서울말 쓰는 달변의 화가를 상상하게 되겠지요? 역사소설로 정평이 난 김탁환 작가의 새 장편 <참 좋았더라>에 진짜 이중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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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링에선 복서래 달아날 곳이 없구, 사각의 원고지에선 문인이래 숨을 곳이 없구, 사각의 도화지에선 화가래 물러날 곳이 없다.” 누군가 박수까지 쳐대며 구변을 부립니다. “시인을 견자(見者) 즉 보는 사람이라 하디. 무슨것을 봔? 평범한 사람은 아니 보는 걸 본다 이거이야. 기렇게 본 걸, 글로 바꾸문 시인이구 그림으로 바꾸문 화가! 시인은 글 짓는 화가구, 화가는 그림 그리는 시인이다 이 말입네….” “감각이래 논리를 동반한다”기까지, 일장연설을 쏟습니다. 다름 아닌 소설 <참 좋았더라> 속 이중섭. 눌변으로 더 알려진 비운의 화가. 김탁환 작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평안남도 사투리를 전형적으로 구사하는 인물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이유를 좇자니, 웅크릴 수밖에 없는 이중섭의 세계가 더 밀착해옵니다. 1953년 초겨울부터 6개월가량 머문 통영에서의 한 철을 작가 말마따나 화가의 “화양연화”라 부를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리고 몇달 뒤 정신질환을 앓고 홀로 병사했는데도 말이지요, 참 좋았더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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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이자 미학 이론가인 자크 랑시에르(84)는 한국문학 담론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학자입니다. 진은영 시인의 2008년 논문 ‘감각적인 것의 분배’를 계기로 특히 시의 정치성 논의에서 그는 매우 중요한 참조점으로 구실해 왔습니다. 그의 저서 20권 가까이가 이미 한국어로 나와 있는 가운데 새로 번역 출간된 <픽션의 가장자리>(2017) 역시 문학의 정치성에 관해 독특한 관점을 보여줍니다.
랑시에르는 우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기대어 픽션의 합리성 개념을 정초합니다. 플라톤이 이데아로부터 두 단계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시를 폄훼하고 시인을 공화국에서 추방한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사의 개별성에 비해 시의 보편성을 추어올리며, 비극 주인공의 개안과 몰락을 이끄는 합리성을 강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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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전 비극의 주체가 왕이나 귀족 같은 고귀한 신분을 지닌 소수일 뿐이라는 점에서 그 합리성에는 계급적 한계가 분명했죠. 프랑스 혁명 이후 소설들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주체와 객체의 위치가 전도되는 현상에 주목하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추리소설은 분석과 추리를 통해 범인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표본으로 꼽을 만합니다. 그러나 가짜 증거들로 탐정을 속이는 범인의 위장된 합리성은 이데아와 시에 관한 플라톤의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의미 없는 세부 사항들로부터 새로운 맥락을 길어 올리는 제발트의 소설, 사소한 삽화처럼 보이는 세목들로 오히려 핵심 주제를 드러내는 울프의 소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백치의 웅얼거림에서 승리자들의 시간에 균열을 일으키는 우주적 음성을 듣는 포크너의 소설은 랑시에르가 생각하는 픽션의 정치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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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던 19세기, 미국의 20대 청년이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호숫가 근처로 가 오두막을 짓고 2년2개월 동안 홀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소로는 직접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이 집에서 ‘콩코드와 메리맥강에서의 일주일’ ‘월든’ 초고 등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이 시기 소로는 일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는데, ‘우리는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가? 거기서 무얼 얻고자 하는가? 그 결과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가 그것입니다.
<일터의 소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둔자나 사색가로서의 소로, 자연예찬론자로서의 소로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소로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일하고 돈 벌고 삶을 꾸려 가는 이들을 위한 철학’이란 부제가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담고 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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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로웰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존 캐그 교수와 작가이자 연구자인 조너선 반 벨이 함께 썼습니다. 두 저자가 소로의 저서나 기록은 물론 당시 시대적 상황, 소로에 관한 다양한 저작물 등을 취합해 소로의 일에 관한 철학을 알기 쉽게 해설해줍니다. 또 소로의 철학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어떤 영감을 주는지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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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에게 버스는 단순한 ‘탈것’이 아닙니다. 동경이자, 설렘이고, 때로는 영웅 그 자체입니다. 몸집 거대한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서면 아이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요. 자신을 미지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낯선 이동수단에 가볍게 흥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의 키가 커질수록 버스는 빛을 잃어갑니다. 버스가 내뿜던 활기는 사라지고, 그저 그런 일상의 탈 것이 됩니다. 빛을 잃은 버스는 늙고, 삐걱거리고, 덜컹거리고, 끝내는 멈춥니다. 그림책 <노란 버스>는 버스가 멈춘 이후의 시간을 조명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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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은 2014년 5월18일에 문을 연 독립서점입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올해 10년을 꽉 채운 책방이 되었습니다.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라는 노래를 동기로 이름을 지었는데, 그동안 이 작은 공간을 꾸준히 ‘다시’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략) 다시서점은 최근 10주년을 기념해 서점을 운영하며 쓴 글을 모아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다들 조금 부족한 대로 친구가 되고, 조금씩 다른 대로 동지가 되자’라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조금 부족하고 조금 다른 서점이더라도 친구가, 동지가 되어주세요.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럽게 살다 보면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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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듦에 대하여
제주어람에선가 두 딸과 모처럼 외식을 하는 저녁 큰애한테 니는 결혼 안 하니 하고 파적 삼아 묻자 아빠 철들면, 하고 간결하게 답했고 안 간다는 얘기네, 하고 작은애가 곁에서 거들며 둘이 킥킥거렸다.
몇 해가 흘러 큰애가 결혼을 하겠다고 사윗감을 인사시킨다기에 나 아직 철 안들었는데? 했더니 그니까, 기다리단 안 될 것 같아서, 하며 지들끼리 또 웃었다.
그애가 결혼을 해 딸을 낳았다. 졸지에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가끔 보는 해맑은 어린것이 나에게 리액션이 여간 좋은 게 아닌데 큰애가 여봐 여봐 좋아한다 좋아한다, 하고 반기니 둘째가 거들기를 얘는 할아버지 철든 다음에 태어났잖아, 그러며 또 지들끼리 히히거렸다.
📖박철의 새 시집 <대지의 있는 힘>(문학동네시인선 220)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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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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