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도 예산안’이 지난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번 정부 편성안을 보면 출판·독서계 예산은 총 460억원으로 31억원 증액됐습니다. 세부 항목을 보면 도서 보급·나눔 사업(세종도서·문학나눔) 예산을 131억원으로 늘렸고, 독서 기반 지역 활성화에 7억원, 디지털 독서 확산에 3억원 등 책 읽기 수요 창출을 위해 32억원을 책정했습니다. 또 범출판계 책문화 캠페인을 위한 예산이 신규로 10억원 배정됐고, 권역별 선도서점 육성(11억원)과 디지털 도서 물류 지원(14억원)으로 지역서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지난해 요맘때 즈음을 떠올려봅니다. 당시 출판·독서·작가 단체들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을 보고 비명을 질렀지요. 한해 약 60억원 규모로 운영해온 ‘국민독서문화 증진사업’이 통째로 사라지는 등 윤석열 정부의 출판·독서 예산 삭감 기조는 분명했습니다.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 “윤석열 정부는 ‘책을 읽지 말라는 정부, 독서는 진흥하지 않겠다는 정부’”라고 날 서게 비판했지요. 실제로 올해 3월 저는 중소 출판사나 작가들, 동네 서점 등을 취재했는데, 다들 울상이고 한숨을 푹푹 쉬었습니다. 국민 독서율이 사상 최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 지원마저 사라지니 모두 막막함을 호소했지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출판계와의 간담회에서 “삭감된 예산을 내년 원상복구 하거나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이 ‘공수표’가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제 국회 예산 심사 단계가 남았습니다. 정부가 촘촘한 사업 계획과 설득력 있는 자료로 국회 심사를 잘 통과하길 바랍니다. 정부는 노력했지만 국회가 깎았다는 식의 비겁한 변명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양선아 책지성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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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일본의 프로파간다>는 1894년 청일전쟁으로 시작해 1945년 태평양전쟁의 패배로 끝난 ‘제국 일본’에 주목합니다. 이 시기 일본은 거의 10년에 한 번꼴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조명철 전 일본사학회 회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일본이 끊임없이 전쟁을 반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쟁을 선호하는 지도층이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도한 군사비 예산을 흔쾌히 용인하고 전쟁을 열렬하게 지지해준 여론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 일본 국민은 왜 그렇게 전쟁을 열렬하게 지지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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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기시 도시히코 교토대 지역연구통합정보센터 교수는 전쟁과 프로파간다의 상관관계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20년간 동아시아의 도화상 연구에 천착해온 저자는 제국 일본이 강렬한 시각 이미지를 활용해 국민에게 ‘전쟁열’을 부추기고 전쟁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봅니다. 저자는 1890년대 이후 제국 일본이 어떤 매체를 프로파간다로서 활용했는지 시대순으로 살피며, 미디어와 저널리즘이 당시 일본 국민의 시대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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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 마르크스주의 운동을 대표하는 이론가 가운데 한 사람인 도사카 준. 그가 1935년 펴낸 일본의 지배 이데올로기 비판서인 <일본 이데올로기론>에서는 일본 파시즘을 떠받치는 국수주의 사상은 사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곤해서 “절실하게 어리석은 거대한 희비극의 지시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 <일본 ‘우익’의 현대사>는 일본 우익의 기원에서부터 혐오 발언과 시위를 일삼은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과 ‘넷우익’까지, 일본 우익의 역사와 계보를 밝히고 그 정체를 파헤칩니다. 지은이인 논픽션 작가 야스다 고이치(55)는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라는 책으로 한국에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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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수학을 가장 많이 수식하는 형용사는 ‘지긋지긋’일 텐데요.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의 제목에는 수학의 서술어로 ‘아름답다’가 옵니다. 런던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그래셤 기하학 교수인 새러 하트는 문학 속에서 수학을 발견해서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밀어붙이는 열정적 안내자입니다.
못 말리는 농담은 독자들이 뛰어넘어야 할 허들입니다. “세상에는 10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진법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런 농담을 막 내뱉는습니다. 10은 이진법으로 2를 말하며, 앞의 문장은 10진법으로는 ‘세상에는 2종류가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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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는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학적 오류도 짚어내는데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나오는 ‘12배의 거인’은 뼈가 부러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뼈는 구조적으로 몸의 무게의 10배밖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네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음주 습관도 걱정하는데, 무슨 이유때문일까요? 수학과 문학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 책의 세계로 들어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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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이 돌아왔습니다. 3년 만에 두툼한 장편 <영원한 천국>을 선보이며 이야기꾼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이 소설은 무어라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도록 여러 얼굴을 지니고 있는 점이 우선 눈에 뜨입니다. 한반도 서해안에 유빙이 떠다니는 기상이변이 벌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은데다, 인간의 모든 정보가 가상 세계에 업로드 되어 죽은 뒤에도 영원히 살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갈 데 없는 에스에프입니다. ‘롤라’로 불리는 그 가상 세계에 입장하기 위한 티켓을 둘러싼 각축과 비밀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미스터리로 읽히기도 합니다. 정유정의 많은 소설들에서 익히 보았던 액션 장면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가 하면, 애틋하고 달달한 러브 스토리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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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외딴 곶 절벽 위에 자리한 노숙자 재활 시설 삼애원이 주요 무대입니다. 이곳에 보안요원으로 새로 들어온 경주와 제이 두 남자가 맞닥뜨리는 도전과 위험이 소설의 몸통을 이룹니다. 그러나 소설의 첫 장면은 ‘드림 시어터’라는 가상 세계의 설계자인 해상(제이의 연인인 것으로 드러납니다)이 의뢰인 경주와 만나는 상황이고, 그 뒤 소설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며 어지럽게 이어집니다. 가상 세계에서 정보의 형태로 영생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것을 과연 진짜 삶이라 할 수 있는지가 이 소설이 제기하는 하나의 질문이라면, 작가가 그보다 더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따로 있는 듯합니다. 꿈꾸는 모든 것을 이루어주는 가상의 세계에서 산다 해도, 그에 앞서 온 몸과 마음으로 부대꼈던 현실의 욕망과 추구는 여전히 흔적으로 남아 우리를 괴롭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현실의 욕망과 추구를 가상 세계에서도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버티는 것, 그것을 일러 작가는 ‘야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야성에 관한 소설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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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68)는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고리) 양자 중력 이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 출신 이론물리학자입니다. 로벨리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삼아 블랙홀의 구조를 탐사해왔는데, 그 연장선에서 근년에는 블랙홀의 반대 현상인 화이트홀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화이트홀>(2023)은 밝혀지지 않은 이 신비로운 존재가 어떻게 생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찬찬히 설명하는 책입니다.
출발점은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 방정식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발표 이후 이 방정식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가 예측됐고 수십 년 뒤 실제로 우주에서 블랙홀이 관측됐습니다. 우리 은하의 한가운데 거대한 블랙홀이 있음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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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곳곳에 수십억 개의 블랙홀이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화이트홀은 지금까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순전한 가설 속의 존재입니다. 로벨리는 우리에게 이미 알려진 블랙홀에서 설명을 시작해, 우리가 아직 모르는 화이트홀을 해명하는 데로 나아갑니다. 블랙홀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면 화이트홀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그 윤곽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블랙홀의 내부를 여행해 마지막 지점을 통과하면 화이트홀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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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자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가 새로 낸 책 <김시습, 불교를 말하다>는 김시습과 불교의 관계를 파고듭니다. 김시습은 21살 때 삼각산 중흥사에서 과거 공부를 하던 중 수양대군(세조)이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책을 모두 불태우고 미친 시늉을 하며 측간에 빠집니다. 이른바 ‘양광’이죠. 그는 그 뒤 삭발하고 승려의 삶을 살았고, 마흔을 전후해서는 머리를 기르고 환속해서 벼슬길에 나아갈 생각을 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성종의 계비 윤씨가 폐위된 데 이어 사약을 받고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양광을 일삼다가 승복을 입었고, 결국 충청도 부여 무량사에서 삶을 마칩니다.
유교와 불교를 오간 김시습의 삶의 여정 때문에 그의 사상적 정체성을 둘러싸고 논의가 분분했고, 박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그에 관한 자신의 결론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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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해 박 교수는 김시습이 쓴 글 두 편 ‘청한잡저 2’와 ‘임천가화’를 직접 번역해 원문과 함께 책에 실어 논의를 펼칩니다. 이 두 글과 김시습이 남긴 다른 불교 관련 글들을 근거로 판단해 볼 때, 김시습은 유교를 근본으로 삼았지만 불교 역시 나름의 진리를 지니고 있다는 ‘유불 겸전’의 입장이었다고 박 교수는 파악합니다. 이와 함께, 책에서 박 교수는 김시습의 저술로 알려진 불교 관련 글이 그의 글이 아니며, 그가 나중에 현실을 받아들였거나 세조와 화해했다고 본 동료 학자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실명까지 밝히고 있어 그분들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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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고 살리고. 땅에 닿아 죽을 뻔한 공을 살리고, 선을 넘어가 아웃될 뻔한 공을 살리고. 운동을 하다가 무심코 내뱉는 ‘살리고’란 말,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말인 것을 아시나요? 이나래 작가가 지은 <살리고 살리고>는 배드민턴을 통해 ‘살리고’의 의미를 짚어내는 그림책입니다. ‘통’ 누군가 쳐넘긴 배드민턴 셔틀콕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자는 줄 알았던 고양이가 넘어온 셔틀콕을 꼬리 힘으로 쳐냅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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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가 연, 당신과 나를 지키는 서점
소년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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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서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린 책 <살아남은 아이>(리젬, 2014)를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서점입니다. 책방지기는 변방연극제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연극 활동을 해왔습니다. 연극을 하면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게 되었어요. 또한 평택 기지촌 할머니들의 연극 ‘숙자이야기’를 초대해 공연하기도 했어요.
연극을 통한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일이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였을지 모르겠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극을 하면서 점점 월세도 내기 어렵게 되었어요. 제2의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를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서점 개업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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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무릎 ―회고
무릎을 세우고
그 무릎에 가만히 무심의
턱을 고이는 데는
가을이 다 스친다
오늘은 그대의 옛일을 들어주려
난 어제의 술을 절반만 마시고 돌아와
그대가 세운 무릎을 눌러 머릴 누인다
한낮 풀벌레 소리가
쏟아지는 햇빛 속으로
슬픈 참견을 나선다
어쩐지 그대 무릎엔
이쁜 주름이 판친다
무릎을 펴고
그 무릎 위에 내 회고의 머리를
다시 누이는 데는
가을이 다 걸린다
📖유종인의 시집 <그대를 바라는 일이 언덕이 되었다>
(문학동네시인선 215)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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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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